전도연 "무대 무서워 한약도 먹었지만 연기에 또 도전할 것"

전도연 라운드 인터뷰

27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작 '벚꽃동산'
철없는 재벌가 손녀 송도영 역 맡아

공연은 7월 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서울
"매일 두려움을 이기고 오르는 무대.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 이게 연극의 매력이죠"

연극 '벚꽃동산'에 출연 중인 배우 전도연이 11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벚꽃동산'은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희곡에 한국을 투영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현실감각 없는 남매가 재벌 가문을 이어받아 몰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도연은 주인공 송도영 역할을 맡았다. 망해가는 재벌가 손녀이면서 두 딸의 엄마다. 회사도, 가족도 챙기지 않는 철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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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음에는 송도영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딸을 둔 전도연은 "어떻게 엄마가 자식에게 자신의 상처를 전가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런 의구심에 스톤 연출은 "'송도영 안에 네가 들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즐기라"고 대답했다. 전도연은 이런 작업 방식이 불만이었다고 했다. 배우가 직접 대본과 인물을 완성하는 과정이 두려웠다고. 연습을 거듭하면서 전도연은 송도영 속에 담긴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식에게 상처를 대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는 순간이 있는 건 사실이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송도영의 모습이 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오랜만에 돌아오는 무대인 만큼 부담도 컸다. 공연 전에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약까지 타 먹었다. 동료 배우들과 사이먼 스톤 연출 모두 실수해도 괜찮다고 안심시켜줬지만 아찔한 순간은 있었다. "박해수 씨가 대사를 까먹어 임기응변으로 넘어간 장면이 있었어요. 다음에 제가 말할 차례였는데 어떻게 받아줘야 하나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손상규 씨가 자연스럽게 받아주면서 원래 흐름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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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이고 생생한 연극의 매력을 느낀 전도연. 앞으로도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까지 어두운 연기를 많이 해서 다음에는 즐거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뮤지컬도 해보고 싶지만 제가 춤과 노래를 못해서요. (웃음) 연극 무대에 계속 도전할 거예요."

'벚꽃동산'은 내년 3월 세계 3대 공연 축제로 꼽히는 '호주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 참여를 추진 중이다. 해외 공연도 협의 중이다. 공연은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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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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