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부터 황제까지… 평창대관령의 여름은 베토벤 세상

21회째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루트비히! 주제로 베토벤 탐구
"루트비히(작곡가 베토벤의 이름)를 주제로 한 축제인만큼 그의 주요 작품과 그에게 영향력을 주고 받은 작곡가들의 작품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은 첼리스트 양성원은 축제 취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21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다음달 24일부터 8월 3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대관령 야외공연장 등지에서 진행된다. 개막 공연으로는 초연 200주년을 맞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베토벤의 영원한 스승,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D장조'가 무대에 오른다. 하이든 곡에서는 첼로의 거장 미클로시 페레니가 활을 켠다.
베토벤은 인간의 존엄과 진보에 천착한, 음악사의 혁명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의 혁명을 지지하며 곡을 썼다가 그가 황제가 되자 크게 분노했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폐막 공연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3번(영웅)과 피아노 협주곡(황제)이 선택돼 묘한 긴장감을 준다.

축제 기간에는 베토벤의 깊고 진한 음악 세계가 집중 조명될 계획이다. 또 그의 가치를 함께 나눴을 음악가들의 작품도 여럿 소개된다. 양성원 감독은 "이번에 선보일 모든 곡이 베토벤과 연결고리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베토벤이 남긴 단 하나의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이다. 베토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막 오페라지만 생전 크게 실패해 악성(樂聖)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작품이기 때문. 피델리오는 다음달 30일 대관령 야외공연장에서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공연된다. 소프라노이명주, 테너 국윤종, 바리톤 김기훈 등 국내 유명 성악가들이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이 이끄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노래한다.

다음달 25일과 8월 1일, 무대에 오르는 실내악팀(평창 드림팀)의 공연도 주목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과 이지윤(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비올리스트 홍 웨이 황, 첼리스트 이정현,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 등이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를 연주한다. 이들은 이번 축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뭉쳤다.

이밖에 강원도 평창과 닮은 지형을 보유한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오베르뉴론알프 국립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토마스 체에트마이어의 공연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축제 기간동안 20회의 콘서트를 비롯해 찾아가는 음악회, 마스터클래스, 특강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