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주연 영화 '밤낚시' 알고보니…현대차가 만들었다

문병곤 감독 작품 '밤낚시' 개봉
손석구 주연, 12분 숏폼 영화

아이오닉 5 등장 없이 카메라 활용
美 시장 전기차 마케팅 공격적 확대
전기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 전기차를 위한 영화를 현대자동차가 만들었다. 미국에서도 프로야구 등 인기 스포츠 TV 중계에도 전기차 광고를 적극 늘리고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 시대에도 전기차 미래를 확신하며 마케팅을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11일 서울 용산CGV 아이파크몰에서 단편영화 '밤낚시' 시사회를 열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차가 단편영화를 제작한 것은 처음이다. 영화는 한국인으로서 최초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1000만 관객이 든 범죄도시2에 나온 손석구 씨가 출연했다. 14일 전국 15개 CGV관에서 개봉해 26일까지 금요일과 주말 6일간 상영한다.
영화가 기존 영화와 다른 점은 상영시간, 관람비, 그리고 마케팅 방식이다. 상영시간은 최근 짧은 분량의 동영상인 '숏폼' 유행에 맞춰 12분짜리로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티켓값도 1000원으로 정해졌다.

영화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SF 액션 스릴러다. 정체불명의 요원 로미오(손석구)가 전기를 먹고 사는 외계생명체를 쫓는 이야기다.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몰입감이 상당하다. 전기충전소에서 배터리를 미끼로 한 낚싯대에 걸린 외계생명체와 요원이 벌이는 사투가 그려진다. CJ CGV 관계자는 “10분 안팎의 짧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실험적 시도였지만 반응이 좋다”면서 “CGV용산아이파크몰의 경우 벌써 주말 예매가 매진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 5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아이오닉 5는 한 번도 차량 전체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 긴박한 액션과 스릴러 장면을 아이오닉 5에 장착된 7개의 카메라로 장면을 담아 관객에 보여준다. 7개는 서라운드 카메라 4개와, 측방 카메라 2개, 후방 빌트인캠 1개 등이다.현대차 관계자는 "실제 카메라가 장착된 위치에 설치한 영화용 카메라로 영화를 촬영했다"며 "아이오닉 5에 고객들이 통상 인지하는 것보다 많은 카메라가 있고 다양한 각도를 볼 수 있어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광고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까봐 작품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후문이다. '밤낚시'는 28회 '캐나나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의 국제단편경쟁 섹션 경쟁작으로 선정됐으며, 올해 1월엔 미국 선댄스 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셰프 댄스'에 상영되며 "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손석구 배우는 이날 시사회에서 "자동차의 시선으로 담는 영화를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자동차의 카메라의 제약이 오히려 전례없는 크레에이티브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했다.현대차는 최근 최대 해외 시장인 미국에서도 전기차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농구(NBA) 등 인기있는 스포츠TV 중계에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 등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음달 26부터 8월11일까지 열리는 파리 올림픽의 미국 중계에도 해당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미국 시장에선 하이브리드카가 인기지만, 전기차 시대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해 전기차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달 미국 시장에서 1년 전보다 77% 많은 1만4371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아이오닉 5는 4449대로, 월간 기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김재후/유승목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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