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인도 경제, 또 포퓰리즘에 빠질까…증시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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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인도의 총선 결과에 따라 인도 주식시장이 연일 요동치는 중이다.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 때문이다. 인도의 언론이나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올초부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가 인도 국회에서 35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BJP는 전체 543석에서 겨우 240석을 얻었다. 직전 국회 의석 수인 303석 대비 오히려 줄었다. 왜 이런일이 벌어졌고, 인도 경제와 주식시장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모디 총리는 10년 전인 2014년부터 총리직을 맡았다. 모디 총리가 처음 집권하던 때엔 인도인을 비롯해 인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드디어 인도가 과거 저성장 국면을 마무리하고, 성장 위주의 정책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인도라는 거대한 국가가 리더십의 변화 하나만으로 그리 쉽게 바뀔 수는 없었다. 처음 10년간은 화폐 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 각 분야의 ‘기초 공사’가 필요했다.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엔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 기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연간 6-7% 수준이었다. 이후 예스뱅크를 비롯한 금융권 여신사태가 터지면서 경제 침체기가 도래했고, 이와 맞물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발생했다. 3-4년간 인도경제는 정상화 과정을 거치게 됐다.

코로나19 기간 과열됐던 인도 경제의 여신문제는 해결됐다. 은행들은 다시 깨끗해진 여신잔고를 바탕으로 우량한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인도 정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그간 주로 빈곤층이나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던 보조금도 조금씩 정상화했다. 과거 중복 지급되기 일쑤였던 빈곤층 직접 보조금을 인당 한 번씩만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식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세금 징수도 개선했다. 그간엔 제대로 수금되지 못했던 세금들이 정부 예산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재정도 정상화됐다.

인도는 확보한 재정을 바탕으로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설비투자가 늘면서 건설사, 인프라 자재, 항만 등 인프라 운영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탔고, 인도 증시는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아다니그룹, 울트라텍, 지멘스인디아, 진달스틸, 라슨앤투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설비투자 위주 정책은 인도 빈곤층에 대한 보조금 축소로 이어졌다.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은 매우 위축됐고, 이에 따라 유니레버, 다부르 등 필수 소비재 회사들의 매출 성장이 나타나지 못했다.인도의 언론이나 엘리트들은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의 총선 압승을 예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인도의 제조업 투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인한 저가 원유수입 등 거시경제적으로 다양한 호재가 인도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예상과 전혀 딴판이었다. 그간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던 저소득층은 모디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는 인도 경제구조를 포퓰리즘에 빠뜨릴 수 있다.

리더십을 잃은 모디 정부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강력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나갈수 있을까. 정상적인 도로, 항만, 전기시설이 없는 인도에 과연 애플·테슬라와 주요 공급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공장 시설을 투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이 부상하면서 인도 증시는 크게 혼돈을 겪고 있는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이득을 보았지만,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한다면 미국의 인도에 대한 무역정책은 어떻게 변화할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영향으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암암리에 싸게 공급받았던 구조도 과연 지속이 될수 있을까? 거시적 측면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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