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영화계에 긴장감을 줘…올 것이 왔다 '핸섬가이즈' [종합]

이성민·이희준·공승연 주연 '핸섬가이즈'
괴기스럽다가 결국 터진다

오락+위트+오컬트 복합 장르
"웃다보니 2시간 금방 지나가"
/사진=NEW
처음엔 코미디를 가장한 고어물인 줄 알았다. 보면 볼 수록 기발하다. 유쾌하다.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박지환이 살벌하게 웃기는 영화 '핸섬가이즈'의 이야기다.

'핸섬가이즈'는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꿈꾸던 전원생활을 위해 이사 온 이들은 첫날부터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의 특별 감시 대상으로 떠오르지만, 유럽풍 드림하우스에서의 새 출발에 행복하기만 하다.그러나 행복도 잠시, 물에 빠질 뻔한 미나(공승연)을 구해주려다 강렬한 인상 때문에 오히려 납치범으로 오해받게 되고, 지하실에 봉인되어 있던 악령이 깨어나며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펼쳐진다.

'핸섬가이즈'는 엘리 크레이그 감독의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원작으로 오컬트, 슬랩스틱 등 다양한 오락적 요소를 새롭게 가미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로 충무로에 입성한 남동협 감독은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넣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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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남 감독은 "'핸섬가이즈'의 제작사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던 시기, 대표께서 감독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어떤 작품으로 데뷔할지 고민을 하던 차에 예전에 재밌게 봤던 원작 영화가 떠올랐고, 바로 판권을 구입하고 '핸섬가이즈'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원작도 매력 있고 재밌는 영화이지만 원작 그대로를 한국 영화로 만들기엔 정서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콘셉트와 캐릭터만 가져오고 영화의 톤을 밝히는 각본 작업을 했다. 단편적인 이야기에 오락성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오컬트적 요소를 결합해 지금의 형태가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이성민, 이희준이 '남산의 부장들' 이후 오랜만에 '핸섬가이즈'로 호흡했다. 두 사람은 역대급 비주얼로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강탈했다.

남동협 감독은 이성민, 이희준 캐스팅 이유로 "재필, 상구는 양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이성민, 이희준이 못생기진 않았지만, 현빈, 장동건 정도는 아니셔서 선과 악 양쪽 다 가능한 배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천의 얼굴? 자기 캐릭터로 소화하는 이성민, 한국의 조커같은 이희준이기에 망설임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구릿빛 피부 사이 뽀얀 뱃살을 내놓기도 하고 꽁지머리 헤어스타일로 새침하면서 부끄러움이 많은 터프가이 재필 역을 소화했다. 그는 "유독 외모에 신경 쓰이던 역할"이라며 "저와 이희준 캐릭터의 외모가 중요한 사건의 시작이라 여러 인물을 찾아가며 재필이란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를 보고 나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난 근육과 달리 한없이 다정한 성격을 가진 상구 역을 연기한 이희준은 "제 외모가 잘 망가지지 않아 어려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분장, 의상, 스태프의 도움으로 외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촬영할 때 더 좋은 애드리브를 찾아가며 했기에 즐거웠다"고 말했다.

극 중 이희준의 '플러팅 댄스'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그는 "촬영 당일까지 안무를 안 짜주셔서 혼자 숙소에서 음악 틀고 짰다"며 "오늘 보니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미나(공승연)에게 플러팅 하기 위한 움직임에 집중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할리우드 영화 보면 팔 우락부락하던데 열심히 운동했지만 그 정도는 안 되더라"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남 감독은 이희준의 댄스 신에 대해 "'관상'에서 조정석 같은 춤을 생각했는데 이희준이 워낙 준비성이 뛰어나 어디서 밤새 춤을 배워 저한테 보여줬다. 이걸 안 추게 할 수도 없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아울러 "의외로 상구가 이렇게 춤을 잘 춰도 재밌겠다 싶었다. 원래 한두컷에 끝날 신인데 뮤직비디오처럼 찍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민은 "저는 딱히 몸을 쓴 게 없었다"며 "늘 안전하게 촬영했고 저희 연기가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까, 없을까 그게 늘 고민이었다"고 했다.

이희준은 "이성민의 까맣게 탄 얼굴과 대비되는 하얀 몸을 보고 저는 부황 자국을 내야겠다 싶더라"라며 "현실적이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며 촬영했다. 즐거운 경쟁이었다"고 부연했다.

재필과 상구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하는 대학생 미나 역을 연기한 공승연은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위해 증량했는데 행복하게 영화를 찍었다"며 "판은 재밌게 다 짜여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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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가이즈'에서 가장 많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부분은 경찰 최소장 역을 연기한 박지환이 악령이 들리는 부분이다.

그는 "나중에 좀비가 된다는 걸 알고 나서, 기존에 생각나는 움직임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떤 움직임이 영화에 도움이 될까 연습실 이틀 빌려서 계속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니크 하고 독창적인 움직임을 체크하며 무용하는 친구도 불렀다. 친구가 마이클 잭슨 음악을 틀었는데 갑자기 재미있는 춤이 연상이 되면서 이런 식으로 움직임을 짜보자고 했다. 현장에서 했더니 감독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셨지만, 곧 오케이 하셨다. 그 움직임이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희준은 "대본엔 '악령이 들었다'만 있었다. 나머진 박지환이 창작을 한 거다. 다른 대학생 캐릭터들 움직임이 노멀해서 '박지환 선배 보라'고 했더니 얘가 그다음부터 막 하더라. 박지환이 악령 움직임의 기준점을 제안했다"고 칭찬했다.

남동협 감독은 "정확하게 좀비는 아니고, 악령이 들린 악마의 졸개 형태다. 악령 들린 시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지환이 부활 장면에서 처음엔 하드코어 하게 전갈 자세를 준비하셨다. 엑소시스트 같았다. 상상 한 것보다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울러 "순한 버전도 가자고 해서 지금의 컷이 나왔다. 그 컷은 박지환 배우 인생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숨겨놨다"고 귀띔했다.

'핸섬가이즈' 배우 중 누구 하나 몸을 사리지 않는다. 남 순경 역의 이규형, 대학생 무리 장동주, 강기둥, 빈찬욱, 박정화, 김도훈, 김신부 역의 우현은 작품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강력한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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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감독은 "이 훌륭한 배우들을 이렇게 고생시켜도 되나, 네 발로 뛰게 해도 되나 걱정하면서 찍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신인이 다 그렇겠지만 겸손한 마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배우들과 열심히 촬영했다. 이 배우들 커리어에 누가 안 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고,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떳떳한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성민은 "촬영할 때 우리는 즐거운데 관객이 즐거워할까 늘 의문을 가지고 촬영했다. 이게 코미디 영화를 촬영하는 우리의 딜레마였다"며 "오늘도 영화를 보며 우리가 의도한 부분에 관객이 반응할까 체크하며 봤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웃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우리 영화는 잠시 현실을 잊고 그런 시간이 필요한 분들에게 필요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이희준은 "예측 불가의 이야기에 모든 장르가 맛있게 섞여 있다"고 했고, 박지환은 "즐거운 대환장 같다. 많은 분이 즐겁게 환장하셨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핸섬가이즈'는 오는 26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