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반한 대구 夜시장…"K푸드에 푹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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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필수코스로 부상코로나19로 주춤했던 대구 야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1일 찾은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은 24개의 매대와 3개의 푸드트럭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주 통로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야시장 피크타임인 오후 7시~8시30분이 넘어가자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한화이글스 응원복을 입은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야구 경기를 관람한 뒤 도시철도를 타고 야시장을 찾은 방문객이었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고의환 씨는 “경남 김해와 부산, 경북 포항에 사는 고향 친구들이 모여 프로야구를 보고 야시장에 왔다”며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다고 해서 친구들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서문·칠성야시장 방문객 급증
하루 평균 매출도 73% 껑충
살 안찌는 삼겹말이·불닭치즈
MZ 겨냥한 창의적 메뉴 인기
대구시는 서문야시장과 칠성야시장 등 두 야시장의 하루 평균 매출이 올 들어 5월 말까지 2160만원으로 지난해(1250만원)보다 73% 늘었다고 11일 발표했다. 하루 방문객도 9600명에서 1만2300명으로 약 30% 증가했다. 금·토·일요일에만 개장하는 서문야시장은 방문객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월·목·금·토·일요일 5일간 운영하는 칠성야시장은 신천 야경 명소로 인기가 높다.2016년 개장한 서문시장은 당시 매대가 80개로 전국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 위기를 맞아 매대가 13대까지 줄어들었으나 올해 27개로 늘어나면서 부흥하고 있다. 납작만두 칼국수 등을 파는 서문시장 ‘낮시장 맛집’들도 연장 영업에 나섰다. 랍스타치즈구이를 판매하는 함태원 대표는 “서문야시장을 찾는 손님 중 70%가 외지인일 정도로 대구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시장 방문객 가운데는 외국인도 많다. 경북 경산에서 영어 선생으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온 캐나다인 아눈토는 “5월 초 한국에 와 서울 부산 등지를 다녔는데 대구 음식이 최고”라고 말했다. 친구 아닐라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서문야시장이 유명하다고 해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서문야시장의 부활은 도시철도 3호선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데다 셀러들이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창의적 메뉴를 개발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시니어모델을 겸하고 있는 최연희 대표는 “과거에 다이어트한 경험을 살려 채소를 많이 넣은 삼겹말이 메뉴를 개발했다”며 “살이 찌지 않는 야식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불닭치즈를 판매하는 강경석 대표는 “서문야시장이 MZ세대를 겨냥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해 선보인 것이 야시장 부활의 비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정희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21일부터는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도 개막해 외지인 방문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