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경제성장 비결…"거친 바다에서 큰 배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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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부이치츠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

유로화 도입이후 환리스크 해소
관광산업 회복, 소득·소비 늘어
최근 3년간 GDP 연평균 7.7%
최근 한·크로아티아 비즈니스 포럼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보리스 부이치츠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하고있다. 주한크로이티아대사관 제공
“크로아티아는 지난해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환리스크가 해소됐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국경의 문턱을 없앤 솅겐조약에 가입해 유럽 대륙 4억5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과 완전히 통합됐습니다.”

최근 한·크로아티아 비즈니스 포럼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보리스 부이치츠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크로아티아 경제의 성장 동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편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자신감 넘치는 부이치츠 총재의 발언처럼 크로아티아는 최근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21년부터 3년간 EU에서 몰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7.7%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3년 EU에 합류한 크로아티아는 2020년 7월 EU통화환율메커니즘(ERM-2)에 가입했고 지난해 공식 유로화 사용 국가가 됐다.

그는 “바다가 거칠 때는 큰 배에 있는 게 좋다”는 말로 유로존 편입의 이점을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국 화폐 쿠나에 대한 투기 압력이 발생하자 크로아티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을 허용해야 했다. 2015년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를 시행했을 때는 쿠나화 절상을 막기 위해 대량으로 유로화를 매입해야 했다. 부이치츠 총재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소규모 개방 경제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며 “유로존 편입 이후 이런 위험 요인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졌을 때도 유로존 편입의 긍정 효과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관광업 비중이 큰 크로아티아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쿠나화를 매도하려는 투기 압력이 발생했다. 부이치츠 총재는 “당시 크로아티아는 이미 유로존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며 “ECB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쿠나화를 매도해서 얻을 이득이 없다는 것을 안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멈췄다”고 설명했다.주력 산업인 관광업의 활황도 경제 개선에 힘을 보탰다. 관광업은 지난해 크로아티아 GDP의 19.6%를 차지한 핵심 산업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2020년 GDP의 8.9%까지 급감했지만 2022년부터 빠르게 정상화됐다. 그는 “관광업이 회복되면서 서비스 수출이 늘고 상품 수출도 개선됐다”며 “실질 소득이 증가하자 국내 소비가 증가했고 노동시장도 빠르게 개선됐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실질 소득이 감소한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크로아티아는 2021년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부이치츠 총재는 “유럽은 성장 궤적의 저점을 이미 지났고 이제 회복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도록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인 범위 안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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