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넓어진 인도네시아 수출 길, 약진 기대되는 韓 기업들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국가 경제 발전의 가장 주요한 축은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국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 수준으로 매우 높다. ICT 수출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비중은 약 24%에 달한다.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동남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1973년 수교한 이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산업계도 인도네시아에 꾸준히 진출해 ICT 분야에서 최근 5년 평균 2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도네시아 통신정보부와 체결한 ICT 분야 상호인정협정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상호인정협정은 적합성평가 절차를 서로 인정하는 제도로 수출기업이 한국에서 시험(1단계) 또는 인증(2단계)이 가능해진다. 언어 장벽 해소, 시험 비용(항공료, 시험수수료 등) 절감 및 기간 단축의 효과가 있다.이번 협정은 비관세 규제인 적합성평가 시험 규제를 해소하는 것으로, 앞으로 국내 ICT기업은 이 협정에 근거해 전자파 적합성 시험 성적서를 국내에서 발행해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무역기술장벽은 비관세조치 중 그 비중이 가장 크고 정책적 중요도가 높은 분야다. 적합성평가 절차는 대표적인 무역기술장벽에 해당한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는 상호인정협정을 통해 관련 수출 규제를 해소,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적합성평가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 2018년도부터 과기정통부는 ICT 분야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협정 체결이 난항을 겪자 과기정통부는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를 한국에 초청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정보통신 분야 주요 기관을 방문하도록 해 상호인정협정 체결에 대한 산업계 목소리를 들려줬다. 이렇게 협력의 물꼬를 튼 이후 두 나라 정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양자 회의를 통해 협정 체결의 결실을 보게 됐다.세계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ICT 기기가 발전해감에 따라 적합성평가 시험도 더 다양해지고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요구 기준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험들은 수출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기업이 국내 시험기관에서 자유롭게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해외 시장에 더 신속히 진출할 수 있다. 좋은 제품을 적기에 내놓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임을 생각할 때 이번 협정을 통해 산업계가 얻을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 끈기 있는 노력으로 인도네시아와 협정을 체결한 정부에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인도 유럽 등 여러 나라와 상호인정협정을 지속해서 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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