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챗GPT 빌려쓴 애플…'독자 AI' 밀고나간 삼성

애플, 오픈AI와 '시리 동맹'

연례 개발자회의서 공개
메시지·이미지·일정표 파악한 뒤
사람처럼 맥락 이해하고 명령 수행
팀 쿡 "애플 AI, 게임체인저 될 것"

샘 올트먼은 무대 아래서 지켜봐
"혁신 없었다" 애플 주가는 하락
팀 쿡 최고경영자(CEO·왼쪽)와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오른쪽),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부사장(가운데) 등 애플 수뇌부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애플이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경쟁에 가세했다.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아이폰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를 이식했다. 지난 1월 갤럭시S24 언팩 행사를 통해 ‘AI폰 시대’를 선언한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에디 큐 애플 서비스부문 수석부사장. AFP연합뉴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를 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 기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했다. ‘AI 지각생’이라는 평가를 의식한 듯 수십 가지 새로운 기능을 쏟아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특히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의 새 AI 기술을 공개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손안에 있는 개인화된 AI 시스템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와 관련해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을 파악하는 AI’라는 점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AI 기능을 적용한 음성 비서 ‘시리’가 사용자의 아이폰 속 내용을 스크리닝해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유용한 정보를 찾아주거나 생성해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날 애플은 사용자의 어머니가 비행기로 방문하는 사례를 시연했다. 시리에 “어머니가 비행기로 몇 시에 도착하지?”라고 물어보면 휴대폰 속 비행기 티켓 일정 등을 검색한 뒤 도착 시간을 화면에 띄워줬다. 또한 “어머니와 점심에 어디로 가기로 했지?”라고 질문하면 어머니와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분석해 예약한 레스토랑 장소와 시간을 표시해줬다. 굳이 비행기 티켓과 어머니와의 문자메시지를 검색하지 않아도 시리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것이다.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은 “회의 시간이 미뤄졌을 때 변경된 일정을 캘린더에 표시해주는 것은 물론 저녁에 예정된 딸의 연극 공연에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는지도 분석하고, 회의 장소에서 공연장까지 교통 상황도 파악해준다”며 “시리가 나보다 더 나에 대한 내용을 잘 아는 퍼스널 비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메시지와 이미지, 이모티콘 생성 기능 등 다양한 AI 기능을 소개했다. 이 기능 중 상당수는 온디바이스 AI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은 오픈AI의 챗GPT를 도입해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수천 명의 참석자는 오픈AI와의 협업 내용에 관심을 보였고, 현장에 샘 올트먼 CEO까지 참석해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애플은 자체 AI 기술력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올트먼 CEO도 끝까지 방청석에 머물렀다.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애플 인텔리전스 등 모든 기능은 애플이 구축한 모델 위에 있다”며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고의 모델인 챗GPT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업계에선 오픈AI 측에 손을 내민 애플이 애써 의미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자체 AI 모델인 ‘가우스’를 통해 갤럭시S24에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구축한 삼성전자와 대비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장 대비 1.91% 하락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