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전 테마…진짜 수혜주 따로 있네

사명에 '석유'만 들어가면 급등
실제 사업성 떨어지는 곳 많아

강관·해양플랜트 기업 주목할만
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1순위
업계 "실적 반영까진 시간 걸려"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기대로 일제히 급등한 에너지 종목이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회사명에 석유와 에너지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가가 뛴 종목의 상승세가 멈추면서 증권가는 ‘진짜 수혜주’ 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탐사·시추 등 사업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선, 해양플랜트, 강관 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강관 업체 직접적인 수혜

11일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전날보다 7.06% 오른 4만4000원에 마감했다. 포항 영일만 유전 사업에 대한 신뢰성 논란으로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음에도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유시추선(드릴십), 부유식 액화 천연가스 설비(FLNG)를 건조하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도 영일만 석유·가스전 사업에 따른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주가는 이달 들어 각각 2.2%, 0.7% 올랐다.

한화오션은 기존 선주였던 노던드릴링과 계약이 해지된 드릴십 한 척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한화오션의 심해 시추선이 영일만 유전 사업에 투입되면 용선 수익이 약 2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FLNG 발주 가능성이 있는 삼성중공업도 주목받는다. 삼성중공업은 FLNG 분야 강자로, 2017년 세계 최초 FLNG인 셸 프렐루드와 2020년 페트로나스 두아에 이어 이본 코랄 술까지 건조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최근 한화드릴링 상표를 등록하는 등 시추 사업에 적극적”이라며 “영일만 석유·가스전이 심해인 점을 감안하면 FLNG의 사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강관) 업체도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석유와 천연가스 운반에 필수적인 강관을 생산하는 동양철관 주가는 이달 101.7% 급등했다. 심해에서 시추한 석유나 가스를 지상으로 보낼 때 파이프라인은 필수적이다. 영일만 근해에서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발견돼 향후 파이프라인으로 운반될 가능성이 있다.자원 개발이나 조선, 강관 업체가 직접 수혜를 누리기까진 변수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 개발은 탐사부터 시추, 경제성 평가, 생산, 운반까지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고 경제성 평가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조선사나 강관 기업의 발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테마주

자원 개발 관련 매출이 전무한데도 단기 급등한 일부 종목은 조정에 들어갔다. 한국석유 주가는 이달 들어 37% 넘게 올랐으나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8%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아스팔트 제조사인 한국석유는 한국석유공사와 이름만 비슷할 뿐 자원 개발과 관련이 없다. 이달 20% 넘게 주가가 뛴 한국ANKOR유전과 석유류 판매업체 흥구석유 주가도 이날 각각 6.12%, 3.90% 하락 마감했다. 폐쇄형 펀드인 한국ANKOR유전은 미국 멕시코만 원유 개발로 얻는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로 동해 유전 개발 사업과 연관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신고가를 찍은 SH에너지화학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변동성을 키웠다. SH에너지화학은 셰일가스 등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영위하지만, 지난해 자원 개발 분야에서 발생한 매출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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