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의 'AI 반도체용 기판'…빅테크들 러브콜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신사업 추진…AI 열풍에 관심 쑥

글로벌 빅테크 품질 테스트 통과
8~10월 매출 발생…애플 의존도↓
2030년 20조 시장으로 커질 듯
LG이노텍이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FC-BGA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판 시장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불리는 제품이다. LG이노텍이 품질 검증에 깐깐한 반도체업계 ‘큰손’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만큼 일본 이비덴,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혀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후발주자의 반란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의 FC-BGA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 통상 납품으로 이어진다. 2022년 이 시장에 뛰어든 LG이노텍이 FC-BGA 고객사를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이노텍의 FC-BGA 제품은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중앙처리장치(CPU), GPU 등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 때 쓰인다. 기존 칩에 있는 선들을 공 모양으로 바꾸고, 이 공 모양을 기판 위 단면에 격자무늬로 배열한 뒤 반도체와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CPU, GPU, D램 등 반도체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도로’가 넓어져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빠른 정보처리 속도가 관건인 AI 시대에 딱 맞는 기판이다. 이런 이유로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는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가 2022년 80억달러(약 10조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0조2000억원)로 두 배 넘게 클 것으로 내다봤다.

LG이노텍은 통신용 기판을 제조하던 노하우를 살리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 2022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전자로부터 경북 구미4공장을 인수하는 등 지난해까지 1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작년 말 기판소재사업부장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끌어올리는 등 힘도 실어줬다. 이 덕분에 사업 진출 2년 만에 거물급 고객을 확보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이르면 8월, 늦어도 10월에는 FC-BGA와 관련한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의존도 낮아질 듯

현재 세계 FC-BGA 시장을 이끄는 리더는 이비덴과 신코덴키, 유니마이크론이다. 여기에 LG이노텍과 삼성전기, 오스트리아 AT&S 등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애플 등에 FC-BGA를 납품하는 삼성전기는 2021년 베트남에 1조원 넘는 돈을 투입, FC-BGA 생산 설비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이번 FC-BGA 물량 수주는 LG이노텍의 고질적인 문제인 ‘애플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주력 제품인 카메라모듈을 애플에 납품하는데, 그 비중이 2022년 전체 매출의 85%에 달했다. 지난해 77%로 떨어졌지만 아이폰 판매량에 따라 LG이노텍의 실적이 춤을 추는 상황은 계속됐다.

LG이노텍이 FC-BGA와 함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량용 조명 등 전자장치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이노텍은 2029년까지 전장 사업 매출을 5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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