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주연 12분 영화 만든 현대차…색다른 전기차 마케팅
입력
수정
지면A13
단편영화 '밤낚시' 14일 개봉서울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단편영화 ‘밤낚시’의 시사회가 열린 11일, 관객들 사이에선 “신선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손석구 배우가 정체불명의 요원 역을 맡아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미끼로 외계생명체와 싸운다는 내용의 러닝 타임 12분짜리 동영상은 CGV용산 주말(오는 14일 개봉) 표가 벌써 동이 났을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올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셰프 댄스’에 상영되며 “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의 제작자는 손석구 씨가 설립한 스태넘과 현대자동차다.
아이오닉 5 장착 7개 카메라로
몰입감 더해…차체 일부만 등장
현대차가 단편 영화 제작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현대차의 마케팅 전략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는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젊은 잠재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제작됐다. 하지만 영화는 아이오닉 5를 노골적으로 노출하지 않는다. 바퀴 등 차체 일부만 간혹 등장할 뿐이다.현대차 관계자는 “긴박한 액션과 스릴러 장면을 아이오닉 5에 장착된 서라운드 카메라 4개, 측방 카메라 2개, 후방 빌트인캠 1개 등 총 7개의 카메라로 찍었다”며 “아이오닉 5에 고객들이 통상 인지하는 것보다 많은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다양한 각도를 볼 수 있어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손석구 배우는 이날 시사회에서 “자동차의 시선으로 담은 영화를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자동차의 카메라 제약이 오히려 예전에 볼 수 없던 창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차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꽃 전시회를 열었다. 2주 동안 1만6000여 명이 방문한 이 행사에서도 현대차는 제네시스 노출을 최소화했다. 문화 마케팅을 통해 제네시스의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포츠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농구(NBA) 등 인기 있는 스포츠 TV 중계에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 등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음달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는 파리올림픽의 미국 중계에도 해당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결국엔 전기차 시대가 온다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이라며 “대대적인 전기차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년 전보다 77% 많은 1만4371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아이오닉 5의 판매량은 4449대로 출시 이후 월간 기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김재후/유승목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