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첨단산업 지원하려면 과도한 정부 배당 줄여야"

취임 2주년 맞은 강석훈 회장

"정부, 현물 대신 현금출자 필요"
사진=연합뉴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첨단산업 지원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배당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본 확충을 위한 정부의 출자 방식에 대해선 현물보다 현금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산하 국책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동 산은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첨단 전략산업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산은의 자본금 확충이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산은 자본 가운데 현물출자에 따른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주식과 HMM 등 구조조정 기업 관련 출자 전환 주식이 많아 수익성 지표가 낮고 재무적 변동성도 크다”며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정부는 현재 2조원어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의 17조원 규모 저리 대출을 활용해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위한 정부 출자는 현물출자가 아니라 현금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산은이 재무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비율을 현재(13.7%)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할 때 현금은 10배, 현물은 6배가량의 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과도한 정부 배당 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강 회장은 독일 정부 소유 정책금융기관인 독일재건은행(KfW)이 배당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해 재투자하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산은이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면 현금 증자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올해 역대 최대인 8871억원의 배당금을 정부에 지급했다.

이와 함께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 있는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런 다양한 방안을 정부 및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