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몸 던지는 연기가 빚어내는 웃음…영화 '핸섬가이즈'

시골 외딴집 입주한 두 남자 이야기…이성민·이희준 코믹 콤비
우리를 웃기는 건 재치 넘치는 사람의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유머만은 아니다. 의도치 않은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웃음을 유발한다.

뒤끝이 남지 않는 편안한 웃음은 대개 이럴 때 솟아난다.

남동협 감독이 연출한 '핸섬가이즈'가 빚어내는 웃음도 여기에 가깝다. 이 영화는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사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이어간다.

10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시골 외딴곳에 있는 낡은 집을 한 채 사들여 마침내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게 된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의 이야기다.

친형제 못지않게 우애가 돈독한 두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새 거처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의 집 근처에는 미나(공승연)를 포함한 대학생 대여섯 명이 놀러 와 있다.

조용한 시골에서 할 일이 별로 없는 경찰관 최 소장(박지환)과 남 순경(이규형)이 가끔 주변을 순찰한다.

'핸섬가이즈'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은 재필과 상구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에서 빚어진다. 재필과 상구는 순박한 마음씨를 가졌지만, 사람들은 둘의 험악한 외모만 보고 일거수일투족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자아도취에 빠져 사는 재필과 상구는 남들의 그런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다.

둘은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며 '터프 가이'와 '섹시 가이'를 자처한다.

두 사람의 외모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인식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별것 아닌 일이 황당한 사건으로 비화한다.

여기에 오랜 세월 전원주택 지하실에 갇혀 있던 귀신까지 끼어들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핸섬가이즈'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이지만, 오컬트의 요소도 꽤 강하다.

사람에게 빙의하는 귀신이나 십자가를 활용한 가톨릭 신부의 퇴마 의식과 같은 설정은 할리우드 오컬트 영화를 연상시킨다.

귀신의 빙의가 오싹한 느낌을 자아내는 장면도 많지만, 이 영화의 오컬트는 코미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귀신이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극적인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진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카메라가 보여주는 이삿짐 트럭의 번호판 숫자 '666'도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어딘가 코믹한 느낌을 준다.
'핸섬가이즈'에서 관객을 웃게 하는 건 무엇보다도 과감하게 자기를 내던지는 배우들의 연기다.

'서울의 봄'(2023)의 계엄사령관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그룹 회장 등 진중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이성민은 거칠고 단순한 재필 역을 맡아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희준은 단순하기로는 재필에게 뒤지지 않으면서도 귀여운 면을 가진 상구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이성민과 보기 좋은 '티키타카'를 이룬다.

재필과 상구 사이에 끼어드는 미나를 연기한 공승연은 웃음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조폭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친 박지환은 이번엔 경찰로 나와 몇몇 장면에서 폭소를 끌어낸다.

'핸섬가이즈'는 남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상류사회'(2018), '머니백'(2018), '티끌모아 로맨스'(2011) 등의 조감독으로 경력을 쌓았다.

남 감독은 11일 시사회에서 "코미디라고 하는 건 웃기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웃기는 게 아니다"라며 "웃기는 상황에 도달하는 이야기 전개와 그 속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해야 관객에게 설득력을 가질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26일 개봉. 101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