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소말리아 무장조직에 무기제공 움직임"

美 고위당국자 "후티, 알카에다 연계 알샤바브와 협력 가능성"
시아·수니 종파갈등에도 '반미' 공통분모로 전략적 공조 시도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샤바브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이미 몇주전 역내 국가들에 후티 반군과 알샤바브의 협력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우리가 홍해 양안에 위치한 국가들과 활발히 대화 중인 영역"이라면서 "이는 상당히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말리아를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로 바꾼다는 목적을 지닌 알샤바브는 2010년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한 이래 지난 10여년간 정부와 군, 민간인을 겨냥한 게릴라식 공격과 테러를 저질러 왔다. 그런 까닭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알샤바브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
다는 소식에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 측에 추가적인 정보를 요청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시아파와 수니파에 속하는 후티 반군과 알샤바브는 이전까지 상호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된 활동영역인 예멘과 소말리아가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CNN은 강조했다. 미 정보기관은 후티 반군과 알샤바브가 미국에 맞서기 위해 종파갈등을 젖혀두고 일단은 손을 잡는다는 '정략 결혼'이 성사된다면 홍해와 아덴만, 소말리아의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후티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와 아덴만에서 상선들을 무차별 공격해왔다.

이에 다국적 함대를 꾸린 미국은 올해 초부터 예멘내 후티 군사시설을 폭격하고 있으며, 중동내 반미·반이스라엘 연합체인 '저항의 축'을 강화할 목적으로 후티 반군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 온 이란 일각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알샤바브에) 무기를 일부 팔 수 있게 된다면 (후티 반군은) 필요한 수입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말했다.

총기류와 로켓, 박격포, 급조폭발물(IED) 등 저위력 무기에 주로 의존해 온 알샤바브도 자폭 드론(무인기)이나 미사일 같은 더 정교한 공격수단을 손에 넣음으로써 정부군과 480명 규모인 소말리아 주둔 미군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도움을 받아 다량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드론 등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후티 반군이 소말리아에 실제로 무기를 넘겼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에 이란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확인 중이라고 복수의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다만, 일부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후티 반군은 '저항의 축'에 속한 세력 중에서도 자주적 성향이 가장 강한 집단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의 한 군당국자는 "이란이 실제로 여기에 끼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후티가 '후티답게' 행동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