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먹통사태 없다"…하루 100억번 울리는 카카오톡의 결단

카카오, 첫 자체 데이터센터 공개
'특허 출원' 화재대응시스템 강조
무정전 전력망·운영설비 이중화
국내 원전 수준 내진설계도 적용
"AI데이터센터도 건립, 부지 선정중"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경. 사진=카카오 제공
2022년 10월 15일 카카오 데이터 서버 시설이 입주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함께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이 한꺼번에 멈췄다. 서비스가 완전 복구되기까지 127시간 넘는 시간 동안 카카오 서비스를 기반으로 예약·결제를 진행했던 자영업자들은 정상영업을 할 수 없었다. 택시와 대리운전 호출도 불가능했다.

카카오는 사내에서 '10·15 사태'라고 불리는 화재를 반면교사 삼아 건립 중이던 데이터센터 설계를 보강했다. 한국인이 하루 100억건 이상 메시지를 주고받는 카카오톡을 또다시 먹통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첫 자체 데이터센터의 안전성 극대화에 무엇보다 주안점을 둔 이유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화재 대응에 초점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진행된 프레스밋업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지난 11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기자들에게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데이터센터 안산'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완공된 데이터센터 안산은 올해 1월 가동을 시작했다. 카카오톡 중심의 여러 서비스 관련 데이터는 빠르면 이번주부터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처리하게 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10·15 사태는) 트라우마 같은 뼈아픈 경험이지만 업계 전반에 이런 장애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규명하게 됐다"며 데이터센터 안산을 소개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둥지를 튼 데이터센터 안산은 12만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는 초대형 인프라 시설을 자랑한다. 연면적은 연면적 4만7378㎡로 6엑사바이트(E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24시간 중단없이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카카오는 건립 시 10·15 사태의 원인인 화재를 막기 위해 화재 대응 시스템을 자체 개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무정전전원장치(UPS)실과 배터리실을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했고 모든 전기 판넬에 온도 감지 센서를 설치했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화재 진압이 어려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 화재대응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카카오는 이 시스템을 현재 특허 출원했다. 이 시스템은 4단계로 이뤄진다.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 감시 시스템이 이를 감지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배터리 전원을 차단하고 방염천으로 확산을 막는다. 이어 단계적으로 소화 약제를 분사해 초기 진화를 시도하면서 방수천을 올려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분사, 발화 원천을 차단한다. 이때도 불이 꺼지지 않을 경우엔 소방서와 연계해 화재 진압을 시도한다. 데이터센터 내 모든 운영설비는 이중화했다.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 통신사에서 서버로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수 공급망과 같은 운영설비를 이중화했을 뿐 아니라 데이터·운영도구 등도 다중화했다. 일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도 이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복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

무정전 전력망도 갖췄다. 주전력 100% 용량의 전력을 즉시 공급받을 수 있는 예비 전력망을 마련한 것이다. 변전소 2곳에서 모두 문제가 생겨도 비상 발전기를 활용해 전력 중단없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간 연결과 안정성도 강화됐다. 서비스가 이어지는 주 데이터센터 외에 물리적으로 이격된 최소 2곳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와 운영도구 사본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삼중화까지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히터 규모 6.5 이상 강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도 적용됐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내진 설계 기준에 준하는 수준이다. 안산 지역 최대 풍속을 고려해 28m/s의 강풍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홍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상 1층 바닥을 주변 지표면보다 약 1.8미터 높게 설계했고 주요 설비는 모두 지상층에 배치했다.

에너지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하드웨어 열을 내리는 물 사용 방식을 효율화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보다 상하수도 비용을 98% 줄였다. 고효율장비·발광다이오드(LED) 등을 통해 전기 사용량도 최소화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총 에너지 사용량을 30% 감소시켰다.

정 대표는 "국내 어떤 기업보다도 안전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실제 경험에 기반한 사명감으로 (당시 건립 중이던 데이터센터의) 부족한 부분을 원점에서 재검토했고 완공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보완하고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AI데이터센터 구축 예정…부지 선정중"

카카오는 안산에 이어 제2의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신규로 건립하는 데이터센터는 AI(인공지능) 기술 서비스와 미래기술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AI데이터센터로 구축할 예정"이라며 "현재 설립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이고 구체적 진행 상황이 확정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엔 안산시민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투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 지역사회와 소통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발생한 카카오톡 장애의 경우 데이터센터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데이트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오류 문제로 데이터센터 안산과는 무관한 사안이란 설명이다.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데이터센터 안산은 안정성이라는 최우선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친환경과 지역사회와의 상생까지 고려한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라며 "이용자들의 일상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