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 플랫폼 확장…저축은행 혁신은 계속된다

잠재 고객인 MZ세대와 외국인 겨냥
다양한 디지털 전용 상품 선보여

SBI·OK·웰컴·상상인 발빠른 변신
빅테크 플랫폼처럼 대출 비교 서비스
외국인 근로자 해외송금 서비스 확대
AI기술 활용해 금융사고 예방 팔걷어
저축은행은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건전성이 악화하는 데다 수익성도 크게 약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는 금융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출 비교 추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빅테크 및 인터넷 은행과의 경쟁을 피하지 않거나 잠재 고객인 ‘MZ(밀레니얼+Z)’ 세대와 외국인을 겨냥한 다양한 디지털 전용 상품을 선보이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저축은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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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디지털 전용 상품

저축은행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변화한 특징 중 하나는 디지털 금융 전용 상품의 다양화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 입출금 통장은 세전 연 2.9%라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자유 입출금이 가능한 입출금 통장은 금리가 연 0.1% 수준으로 매우 낮다. 사이다뱅크 입출금 통장은 여기에 이자를 매달 지급한다. 통상 은행은 이자를 3개월마다 지급한다. 출금, 이체 등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 역시 조건 없이 모두 무료다. 사이다뱅크는 SBI저축은행의 다양한 개인 신용대출 상품을 5개로 통합해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의 ‘처음처럼 OK 청년정기예·적금’은 비대면 전용 금융 상품이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고객이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기 전 중도 해지하더라도 약정한 이율을 보장해주는 특징이 있다. 기본금리는 연 3.71%이고, 마케팅 동의 등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4.21% 금리를 제공한다. OK저축은행은 모바일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통장 상품인 ‘OK짠테크통장’도 선보였다. 이 통장은 하루만 맡겨도 정해진 이자를 하루 단위로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전용 파킹통장 상품이다.

○대출 비교 서비스도 출시

저축은행은 빅테크 플랫폼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업권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인가를 받으면서 맞춤형 대출 비교 서비스를 선보였다. 중·저신용자에 특화한 서비스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우수대부업체까지 입점해 총 34개의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2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3월 주택담보대출 비교 서비스도 출시했다.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50만 명, 누적 조회수 110만 건, 월 최대 대출 실행액 250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OK금융그룹은 지난해 다양한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대출 비교 플랫폼 ‘OK 비교대출’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OK비교대출은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사에서 판매 중인 대출상품의 금리와 한도를 비교해 가장 적합한 조건의 대출을 추천해준다. 대출도 간편하게 신청이 가능하다. 한 번의 신용조회로 제휴된 모든 금융기관의 대출상품을 1분 이내로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은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디지털로 고객 모셔라”

저축은행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운영하는 상상인그룹은 각각 ‘뱅뱅뱅’과 ‘크크크’라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듀엣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용 고객 가운데 70% 이상이 20~40대일 정도로 젊은 세대의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앱에서 선보인 ‘369 회전정기예금’은 출시 2주 만에 신규 예치 금액이 1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앱을 통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외국인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2019년 저축은행 최초로 외환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해외송금 서비스 국가를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기존 17개국에서 50여 개국으로 확대했다. 최근에 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크게 작용했다.

○사고 예방과 업무도 디지털로

저축은행은 각종 디지털 금융 기술을 활용해 금융 사고 예방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는 보이스피싱 앱 방지 솔루션인 페이크파인더, 통신사 개통 정보를 활용하는 안심본인확인 서비스, 신분증 위조 여부를 판별하는 신분증 사본판별 시스템 등을 도입해 스마트폰 앱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사고를 예방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 뱅뱅뱅에 계좌 개설 시 본인 인증을 위해 신분증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신분증 원본 여부를 인식해 진위를 판별하는 기술을 탑재했다. 또 자체 개발한 검증 알고리즘을 통해 스마트폰 앱 설치와 이용 패턴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앱에서 비정상 징후를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OK저축은행은 업무에 AI 기술을 접목했다. OK저축은행은 AI 기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구축해 40여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 AI 기술을 업무에 접목해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게 OK저축은행의 목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