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수리해달라더니…진짜 그만둔 전공의 고작 19명

전체 레지던트 중 0.2% 사직
사직 유불리 계산하며 사태 관망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집단휴진을 결의한 후 주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휴진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전공의 사직을 허용한 뒤 실제로 수련병원을 그만둔 전공의는 20명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 등 선배 의사까지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사직에 따른 유불리를 저울질하며 사태를 지켜보는 전공의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사직 처리된 전공의(레지던트 기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서 1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레지던트 1만508명 중 0.2%에 불과하다. 지난 7일(누적 18명) 대비 한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그동안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가 각 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4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며 퇴로를 열어준 뒤에도 전공의 사직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사직한 전공의는 페이닥터(봉직의)로 취업하거나 개원할 수 있다.

지난 11일 기준 출근한 전공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해 전체 1만3756명 중 1025명(출근율 7.5%)에 그치는 등 복귀 수준도 미미하다.

전공의들이 복귀는 물론 사직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사직으로 인한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복지부는 지난 4일 사직 전공의는 다른 병원이더라도 1년 이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는 "구속력이 없는 복지부 내부 지침으로 사직 전공의 이직의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같은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해 이직 제한 규정을 수정할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공의가 사직을 주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통상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치 평균 급여에 근속 연수를 곱해 산출한다. 그런데 사직 처리 시점이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2월 말이 아닌 정부가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6월이 되면 지난 3개월간 평균 임금이 '0원'인 전공의들은 퇴직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

복지부 관계자는 "퇴직금이 계약형태 등에 따라 달라 기준을 명확하게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전공의가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사직 처리와 관련된 사항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해 조만간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대한의사협회와 교수들의 집단휴진 선언도 전공의들의 '버티기 모드'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9일 의대 증원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18일 집단휴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도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를 주장하며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한다고 선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직접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뭉쳐 있으면 또 다른 답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