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진 진앙지 부안 주민들 "쾅쾅쾅 소리에 포탄 터진 줄"
입력
수정
행안면 주민 "칠십 평생 처음"…안부 전화에 "별일 없다" 안심시켜
추가 지진에 불안감 여전…점차 안정 찾고 일상으로 돌아가
"쾅, 쾅, 쾅, 쾅 소리에 포탄이라도 터진 줄 알았지."
"대포 같은 소리에 전쟁이 났거나 건물이 무너진 줄 알았당게.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한당게. 칠십 평생에 그리 큰 소리는 처음이여, 처음." 12일 오전 진도 4.8 규모의 지진 '진앙지'인 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 주민들은 오전 내내 집 인근을 서성이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살면서 이번처럼 큰 굉음은 말할 것도 없고 땅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진동리 괸돌마을 강영수(64)씨는 "친구와 커피를 마시려는데 '쾅'하는 굉음과 함께 집안이 2∼3초간 흔들려 보일러가 터지거나 전쟁이 나 대포에 맞은 줄 알았다"면서 당시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강씨는 지진으로 별 피해는 없었지만, 집안 벽체에 금이 생기고 옆집은 벽시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같은 마을 임형채(74) 씨는 일하러 가는데 갑자기 땅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고 트럭 바퀴가 5∼10초 정도 흔들려 '무슨 큰일이 났구나' 싶어 서둘러 귀가했고, 다행히 집에는 별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지진 상황을 설명하는 도중에도 주민들의 휴대전화 벨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친척, 지인에게서 수시로 걸려 오는 안부 전화에 "별일 없고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괸들마을과 접한 행산마을 주민 7∼8명은 오전 내내 마을회관에 모여 TV에서 전하는 지진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구, 아이구' 하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끔 혀를 찼다
인근 동진면과 계화면에서 벽돌과 기왓장이 깨지고 등교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어쩐다냐. 별일 없어야 하는디"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소리가 너무 강해서 지진인 줄도 모르고 잠시 멍한 상태로 있었다"면서 "휴대전화에서 안전 알림 문자를 보고 나서야 지진이 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옆 스피커에서는 "또다시 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피해 신고를 해달라"는 부안군 안내방송이 수시로 들려왔다. 주민들은 지진에 의한 큰 피해가 없고 앞으로도 큰 지진이 없을 거라는 소식에도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점심때가 가까워져서야 놓친 끼니를 챙겨야겠다며 집으로 향했다.
이날 부안군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뒤 규모 3.1 지진을 포함해 오후 2시까지 15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14번째 여진까지는 규모가 2.0 미만인 미소지진이었으나, 오후 1시 55분께 15번째 여진은 규모가 3.1을 기록했다.
오전 지진으로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던 주민들은 여진으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부안군 공무원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쿵'하고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오전만큼 큰 소리는 아니지만 여진이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안군 행안면의 30대 김모씨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이후 발밑으로 진동이 오는 게 느껴졌다"며 "불안한지 진동을 느끼고 집 밖으로 뛰쳐나온 주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안군 부안읍에 거주하는 50대 서모 씨도 "아침과 비교해 크진 않았지만, 바닥이 울리고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났다"고 불안해했다.
그럼에도 농번기를 맞은 일부 주민은 모내기한 논의 물꼬를 보거나 텃밭에 물을 뿌리고, 마을과 집안 주변을 살피고 산책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전북도와 부안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채 읍면별로 안전 취약계층을 마을회관이나 공공건물로 대피하도록 당부하고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 지진에 불안감 여전…점차 안정 찾고 일상으로 돌아가
"쾅, 쾅, 쾅, 쾅 소리에 포탄이라도 터진 줄 알았지."
"대포 같은 소리에 전쟁이 났거나 건물이 무너진 줄 알았당게.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한당게. 칠십 평생에 그리 큰 소리는 처음이여, 처음." 12일 오전 진도 4.8 규모의 지진 '진앙지'인 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 주민들은 오전 내내 집 인근을 서성이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살면서 이번처럼 큰 굉음은 말할 것도 없고 땅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진동리 괸돌마을 강영수(64)씨는 "친구와 커피를 마시려는데 '쾅'하는 굉음과 함께 집안이 2∼3초간 흔들려 보일러가 터지거나 전쟁이 나 대포에 맞은 줄 알았다"면서 당시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강씨는 지진으로 별 피해는 없었지만, 집안 벽체에 금이 생기고 옆집은 벽시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같은 마을 임형채(74) 씨는 일하러 가는데 갑자기 땅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고 트럭 바퀴가 5∼10초 정도 흔들려 '무슨 큰일이 났구나' 싶어 서둘러 귀가했고, 다행히 집에는 별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지진 상황을 설명하는 도중에도 주민들의 휴대전화 벨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친척, 지인에게서 수시로 걸려 오는 안부 전화에 "별일 없고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괸들마을과 접한 행산마을 주민 7∼8명은 오전 내내 마을회관에 모여 TV에서 전하는 지진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구, 아이구' 하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끔 혀를 찼다
인근 동진면과 계화면에서 벽돌과 기왓장이 깨지고 등교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어쩐다냐. 별일 없어야 하는디"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소리가 너무 강해서 지진인 줄도 모르고 잠시 멍한 상태로 있었다"면서 "휴대전화에서 안전 알림 문자를 보고 나서야 지진이 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옆 스피커에서는 "또다시 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피해 신고를 해달라"는 부안군 안내방송이 수시로 들려왔다. 주민들은 지진에 의한 큰 피해가 없고 앞으로도 큰 지진이 없을 거라는 소식에도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점심때가 가까워져서야 놓친 끼니를 챙겨야겠다며 집으로 향했다.
이날 부안군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뒤 규모 3.1 지진을 포함해 오후 2시까지 15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14번째 여진까지는 규모가 2.0 미만인 미소지진이었으나, 오후 1시 55분께 15번째 여진은 규모가 3.1을 기록했다.
오전 지진으로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던 주민들은 여진으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부안군 공무원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쿵'하고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오전만큼 큰 소리는 아니지만 여진이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안군 행안면의 30대 김모씨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이후 발밑으로 진동이 오는 게 느껴졌다"며 "불안한지 진동을 느끼고 집 밖으로 뛰쳐나온 주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안군 부안읍에 거주하는 50대 서모 씨도 "아침과 비교해 크진 않았지만, 바닥이 울리고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났다"고 불안해했다.
그럼에도 농번기를 맞은 일부 주민은 모내기한 논의 물꼬를 보거나 텃밭에 물을 뿌리고, 마을과 집안 주변을 살피고 산책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전북도와 부안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채 읍면별로 안전 취약계층을 마을회관이나 공공건물로 대피하도록 당부하고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