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주민 살상 비판하는 유엔에 보복 추진"

'아동보호 위반' 테러집단급 규정에 양측 긴장 최고조
FT "외국인 유엔직원 비자 거부·파견단 추방 등 검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자국군에 비판적인 유엔에 보복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과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유엔 기구를 상대로 한 징벌적 조치를 논의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지난 9일 밤 회의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했으며 국가안보회의는 10일에도 논의를 이어갔다고 두 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나 논의 중인 조치에는 외국인 유엔 직원에 대한 비자 갱신을 느리게 하거나 거부하는 것, 이스라엘 정부가 주요 유엔 관계자들을 보이콧하는 것, 유엔 정전감시기구(UNTSO) 평화유지군과 같은 유엔 파견단 전체를 추방하거나 임무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서방 외교가에서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등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인도주의 지원 활동에 필수적인 유엔 기구들의 운명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고 FT는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중동 평화와 관련한 유엔의 정치, 외교적 노력을 주도하는 유엔 중동평화특별조정기구(UNSCO)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몇몇 소식통은 말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엔이 아동 인권보호 관련 국제규범 위반 국가·기관 명단에 이스라엘군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진 뒤 나온 것이다. 로이터, AP, AFP 통신 등은 13일 발표될 예정인 유엔의 '어린이 그리고 무력 분쟁' 연례 보고서에서 유엔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 조직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와 함께 이스라엘군을 아동 폭력 가해자로 지목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는 이스라엘군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수준에 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자국군이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에서 유엔을 두고 "하마스 살인자들을 지지하는 자들과 합류함으로써 역사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도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비난했고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 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수십년간 활동해온 유엔 기구들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8개월을 넘어서면서 이스라엘과 유엔 기구 간 긴장은 이미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상태다.

여기에 유엔의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의 입장은 한층 더 강경해진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유엔 관계자들은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인도주의 물자 부족 문제로 거의 매일 상호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앞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10여명이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고, 상당수 직원은 하마스 공작원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에 무장대원들을 침투시켜 1천200여명을 학살하고 250여명의 인질을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최소 3만6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하마스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주장하고 있다. 가자 보건당국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