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알리·테무 기세 한풀 꺾였다지만

류시훈 유통산업부장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수치로 보면 그렇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한국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전월 대비 각각 3.4%, 3.3% 줄었다.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C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경험과 평판이 쌓이면서 남을 소비자만 남고, 떠날 소비자는 떠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그래서인지 초저가를 앞세운 C커머스에 대한 공포와 우려도 조금은 잦아들었다.

같은 제품인데 가격 차는 10배

알리와 테무가 한국 소비자를 급속히 빨아들이며 약진한 이유는 단순하다. 같거나 비슷한 상품인데도 한국과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는 열 배에 이른다. 국내 셀러가 중국에서 수입해 통관·인증 비용에 마진 등을 붙여 파는 ‘비싼 제품’의 실체를 소비자가 알아채 버린 것이다. 품질은 그다음 문제다. “또 사도 될 상품과 재구매하면 안 되는 제품을 직접 가려내겠다”며 수십 개의 주문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도 있다. 결제 총액이 그래봐야 10만원 남짓이니 ‘낭비가 아니냐’고 물을 일도 아니다.초저가보다 무서운 건 초국경 거래(해외직구)의 편리한 경험이 중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직구의 단점은 긴 배송 시간이다. 1년 전만 해도 알리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도착까지 길게는 한 달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짧게는 1주일이면 된다. 이 정도의 기다림은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알리 등이 물류 등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터라 한국향(向) 제품 배송 시간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저가에 더해 배송 시간까지 단축되자 미국과 유럽에서 직구하던 소비자들이 C커머스로 몰렸다. “이러다가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유통 업체는 물론 중소 제조업체, 국내 셀러 등으로부터 국내 e커머스 생태계를 초토화할 수 있는 중국 플랫폼을 제재 또는 제한해야 한다는 격한 주장이 쏟아졌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일부 제품의 직구 금지를 추진했다가 체면만 구겼다. 소비자 반발이 비등하자 관련 대책을 즉각 철회했다.

열풍 식었다고 안심하긴 일러

최근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C커머스가 맞닥뜨린 역풍은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서울시가 역할을 했다. 여러 번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C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유해성을 데이터로 소비자에게 제시했다. 가격 차이에서 얻는 효용을 상품 안전에 대한 위험이 상쇄하면서 열풍은 급격히 식고 있다.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알리·테무는 초저가, 저품질 상품 판매에 머물 기업이 아니다. 중국엔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즐비하다. 이들의 상품을 본격적으로 플랫폼에 태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고가의 로보락은 이미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중국산 TV와 같은 대형 가전에도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C커머스의 대공습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C커머스를 차별해선 안 되겠지만, 방심해서도 안 된다.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편익을 해치지 않을 대응책을 누군가는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소비 시장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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