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탑재' 애플, 신고가 찍고 글로벌 시총 넘버원 넘본다

애플 주가 첫 200弗 돌파

시총 3.1조弗…1위 MS 바짝 추격
월가 "AI폰 시대 애플 매출 20%↑"
브랜드 가치 세계 최초 1조弗 넘어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왕좌의 게임’이 치열하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랠리에 힘입어 한때 2위이던 애플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선두자리까지 넘봤으나 새 AI 청사진을 내놓은 애플이 1주일 만에 2위를 탈환하고 MS와의 격차도 좁혔다.

○“애플 ‘슈퍼 사이클’ 올 것”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7.26% 오른 207.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 주가는 이날 처음으로 2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시가총액은 3조1765억달러(약 4381조원)를 기록했다. 선두 MS(3조2158억달러)에 393억달러 차이로 따라붙었다. 3위 엔비디아(2조9745억달러)와의 차이는 2020억달러로 벌렸다.
전날 애플이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새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내놓자 1.9% 하락한 주가가 다음날 다시 급등한 것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애플의 발표는 오픈AI의 챗GPT를 자체 음성 비서인 ‘시리’에 접목하고, 기기에 장착된 온디바이스 형태 AI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발표 직후 외신 반응은 냉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지 검색, 이메일 및 메시지 작성 지원 등 애플이 선보인 AI 도구 중 상당수는 MS, 구글 등과 비슷해 보였다”며 “애플의 AI 진화는 그렇게 혁명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애플의 새 AI 서비스가 어떻게 추가 수익을 창출할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월가의 시각은 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AI 기능이 신형 아이폰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벤 라이츠 멜리우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새 AI 기능은 아이폰15프로, 아이폰15프로맥스 등 최신 기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를 원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구매한 모든 아이폰은 구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I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와서 애플 매출이 20%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기기 교체 주기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AI 통합 앱을 완전히 개발한 후인 내년에 출시되는 아이폰17이 대대적인 교체 수요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국 마케팅업체 칸타가 12일 공개한 ‘2024년 칸타 브랜드Z 글로벌 톱100 브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1조159억달러(약 1399조원)로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서며 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오픈AI·애플 동맹에 찜찜한 MS

지난 1월부터 시총 선두를 달리고 있는 MS 주가도 이날 애플의 상승세에 힘입어 1.12% 올랐다. 오픈AI가 애플과 협업해 수익을 창출하면 오픈AI 지분을 49% 보유한 MS에도 호재라는 평가가 반영됐다.애플과 오픈AI의 협업이 MS에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MS가 오픈AI 기술을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관계는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애플·오픈AI 동맹이 성공적인 소비자 AI 제품을 개발하려는 MS의 노력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MS 내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던 ‘신흥 강자’ 엔비디아는 반독점 및 미·중 갈등 리스크에 휘말리며 주춤한 상태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0.71% 하락했다. 미국이 중국 정부의 AI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추가 규제를 시행한다는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는 주식분할 기대로 지난 5일 시가총액 3조120억달러를 기록, 애플을 넘어 잠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날 미 법무부·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 MS, 오픈AI 등 세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2조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