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모펀드, 고금리 한숨…"대출 돌려막기 한계"
입력
수정
지면A12
부동산담보대출 상환 힘들어져대출 돌려막기로 버텨온 북미 사모펀드와 지역은행이 한계에 몰리고 있다. 사모펀드는 몇 년 전 높은 가격에 사들인 기업 지분과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부동산담보대출을 해준 지역 은행은 동반 위기에 빠졌다.
돈 빌려준 지역은행들 동반 위기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너선 하우스먼 온타리오교직원연금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날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사모펀드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차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거래가 줄어드는 데다 과거 매입한 자산의 가치가 깎인 탓에 연기금, 보험회사, 개인 자산가 등 투자자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행사에서 마틴 롱샴 캐나다 퀘벡주연기금(CDPQ) 사모펀드부문 대표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는 회사 분할 매각과 펀드 연장 등으로 버티고 있다”며 “사모펀드업계 구조조정이 임박했다”고 말했다.부동산 대출 부실화로 지역은행 위기가 재점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보고서를 인용해 지역은행 등 예금은행이 올해 441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부채 만기를 맞는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중소형 은행이 위기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대형 은행은 적극적으로 부실 채권을 정리했지만, 중소형 은행은 채권을 대부분 끌어안고 있다. 존 머리 핌코 글로벌 상업용부동산 총괄은 “고금리에 경기가 침체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핌코는 최근 미국의 일부 대형 상업은행이 매각한 부동산 채권을 헐값에 인수하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부동산 펀드도 어려움에 처했다. 스타우드캐피털의 간판 부동산 펀드(STREIT)는 2022년부터 환매 행렬이 이어지며 작년 말 기준 40억달러가 빠져나갔고, 결국 지난달 환매 제한 조치를 했다. 블랙스톤의 부동산 펀드에서도 지난해 12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사모대출펀드(PDF)의 부실화 위험도 큰 것으로 지적된다. 2025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PDF 규모는 2000억달러에 달한다. 머리 총괄은 “이들 대출 상당수가 시장이 피크였던 2021년 전후 이뤄졌고 통상 3년인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거나 만기가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