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사우디 '3조 잭팟' 터뜨렸다

독자 개발 전기차 구동 시스템
시어에 10년간 공급 계약 체결
"전동화 부품 글로벌 사업 확대"
현대트랜시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제조사 시어에 3조원 규모의 ‘일체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EDS)’을 공급한다. 시어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대만 폭스콘이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제조사다. 내년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파워트레인 및 시트 제조사인 현대트랜시스는 경기 동탄 본사에서 시어와 2027년부터 10년간 3조원 규모의 EDS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계약식에는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왼쪽)과 제임스 델루카 시어 최고경영자(CEO·오른쪽) 등이 참석했다.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매출 11조6939억원, 영업이익 1169억원을 기록했다.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의 매출 비중은 작년 말 기준 63%다. 현대트랜시스는 전기차 구동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이를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공급하는 건 시어가 처음이다.

현대트랜시스의 일체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은 △전기차 구동에 필요한 모터 △전력을 변환해 모터의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 △동력을 차량에 필요한 토크와 속도로 변환해 전달하는 감속기 등을 일체형으로 구성한 ‘3 인(in) 1’ 제품이다. 시어의 차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단, 쿠페 등 전 차종에 적용될 예정이다.

일반적인 전기차 구동 시스템은 모터, 인버터, 감속기를 별도로 장착해 연결 케이블 간 전력 손실 등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현대트랜시스가 개발한 일체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은 크기와 무게를 줄여 전력 효율성이 뛰어나고, 전기차 설계 용이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사우디는 한국 완성차·부품업체가 공들이는 새로운 시장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수도 리야드의 전기차 보급률을 30%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PIF와 5억달러 이상을 함께 투자해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케피코는 지난해 7월 시어에 차량 제어장치(VCU)와 DC-DC 컨버터를 공급하는 2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한국타이어는 사우디 대기업 빈시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시장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을 판매하고 있다. 여수동 사장은 “파워트레인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 일체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 등 전동화 부품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