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AI 반도체 유니콘' 나왔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뭉친 이유는
"2~3년내 혁신 기술 없으면 끝장"
합작법인 R&D 인력 200여명
다양한 반도체 제품 추가 개발
SKT·KT도 해외 진출 적극 지원

퓨리오사AI는 합병 동참 거부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뭉치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인적, 물적 투자를 집중해 2~3년 내 혁신적인 기술을 상용화해야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는 엔비디아가 독점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뛰어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NPU는 GPU 대비 전력 소모가 적으며 AI에 특화된 반도체 칩이다.

○기업가치 2조원 넘어설 것으로

12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 통합법인의 기업가치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8800억원, 사피온은 5000억원으로 단순 계산으로도 1조3800억원에 달한다. 리벨리온은 최근까지 2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으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 매각 없이 합병이 이뤄질 예정이다. 합병법인의 명칭과 지분 비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피온의 미국법인은 합병 대상이 아니다. 양사는 재무 실사를 진행 중으로 3분기 안에 합병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법인의 기업공개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합작법인의 연구개발(R&D) 인력은 2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피온 관계자는 “AI 반도체 개발은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핵심 구성원이 나가지 않고 합병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대표 AI 반도체인 아톰과 X330은 합병 이후에도 유지해 나가며 다양한 제품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인 KT도 합심해 합병법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사피온 주주사인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 개발과 관련해 지원에 나선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가 전략적 투자자로 함께하면서 합병법인이 매출을 낼 수 있는 잠재적 시장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세대 NPU로 시장 선점

리벨리온은 2020년 인텔과 스페이스X 출신의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AI 반도체 아톰을 개발해 KT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공급했다. 아톰은 국내 최초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지원하는 NPU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로부터 HBM3E를 공급받아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을 개발하고 있다. 사피온은 2016년 SK텔레콤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지난해 자율주행과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되는 AI 반도체 X330을 공개했다.양사는 NPU 개발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NPU는 수많은 뇌세포가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한 기술로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와 인간과 비슷한 학습 능력이 특징이다. 엔비디아의 GPU 대비 AI 분야에 특화돼 있으며 전력 소모가 적고 효율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H100 등의 GPU 제품으로 AI 학습용 시장을 장악했지만 AI 연산과 추론 분야에선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연산과 추론 분야에는 독점적인 시장지배자가 없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당초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뿐 아니라 퓨리오사AI도 합병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사피온코리아는 퓨리오사AI에 합병을 제안했으나 퓨리오사AI가 “합병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해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