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보 제대로 공개 안하니…'파산위기 금고'도 年 4.2% 특판예금 유치전

실적 1년에 두 번만 공시
상세한 현황 파악 힘들어
중앙회 감독도 작동 안돼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가 분양대금 276억원을 납입한 사업장 부지. 김범준 기자
개별 새마을금고의 경영 현황이 신속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금융소비자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무리한 투자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낸 단위금고가 최근 연 4%대 고금리 특판 상품을 판매한 사례도 나타났다. 해당 금고의 자기자본이 3분의 1 토막 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객은 금고의 부실 상황을 알지 못해 무더기로 상품에 가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돌려막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기자본 384억원(지난해 말 기준) 규모의 서울 A금고는 지난달 초 ‘276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수시 공시를 올렸다. 이 금고가 본점 사무소로 쓰기 위해 분양대금 명목으로 투자한 사업장 한 곳에서 전액 손실이 난 것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주단이 사업장을 공매에 넘기며 문제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A금고가 분양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부동산 개발사업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해당 금고가 합병 또는 폐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문제는 ‘깜깜이 공시’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이 해당 금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금고는 지난 3월 말 가결산 과정에서 투자금 276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반기별로 실적을 공시하기 때문에 이 금고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기자본, 순자본비율, 순이익 등에 관한 정보는 오는 9월 말에야 확인할 수 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해진 이 금고는 이달 들어 연 4.2%대 고금리 특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금고의 경영 상황을 모르는 고객이 몰리며 전날 한도가 전액 소진됐다. 이 상품에 가입한 한 고객은 “대규모 투자 손실이 났다는 내용을 뒤늦게 알고 곧바로 상품을 해지했다”며 “지금 같은 시점에 특판에 나선 것은 소비자 기만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당 금고는 4월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경영 지도에 들어간 곳이다.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단위금고들에 “고금리 예금 상품 판매를 자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 지시가 법적 강제력이 없어 말을 듣지 않는 단위금고가 많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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