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단축, 국회가 정부 시행령 통제'…폭주하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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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상임위 열고 쟁점법안 강행12일 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11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입법 독주를 이어갔다.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쟁점 법안들을 단독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사위, 해병대원 특검법 상정
추경호 "거부권 행사 강력 건의"
이날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을 법안심사소위에 보내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지난달 28일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폐기된 지 16일 만이다. 법률 제정안에 대해 통상 20일의 숙려기간을 갖는 국회 관행도 무시한 속도전이다. 이날 법사위는 여당 의원들은 물론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다른 상임위들도 각종 법안의 일방적인 처리에 나섰다. 전날 활동을 시작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방송 3법’ 재처리를 시도한다. 방송통신위의 권한을 줄이는 법 개정안도 통과시킬 예정이다. 국토교통위도 정부가 반대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에 나섰으며, 행정안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 관련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정무위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부채 지원 6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은행들이 서민금융진흥원에 더 많은 출연금을 내게 하고, 가산금리는 낮추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민주당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심사 기한을 330일에서 75일로 대폭 단축하고,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할 때 국회가 미리 제출받아 수정·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이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진행되는 상임위에서 결정되는 그 어떠한 법안들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런 법안들이 폭주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하겠다”고 했다.상임위를 보이콧한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에너지, 교육, 인공지능(AI) 등 15개 특위를 본격 가동했다. 특위에서 당정협의를 통해 민생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의 일방적 원 구성에 대해 법적 싸움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남겨둔 7개 상임위 위원장직을 맡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특위도 입법권이 없어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성수/박주연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