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내년부터 출근하래"…현장서 고졸 인재 '파격 채용'
입력
수정
지면A4
삼성·포스코 등 148곳 참가…첫날 2만명 인산인해“어제 학생 19명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미리 준비해 왔는데, 현장에서 전문가의 첨삭지도를 받으면서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내년에도 참가할 생각입니다.”(정누리 제주중앙고 교사)
삼성전자DS부문 최고 인기
자소서 요령 등 질문 쏟아져
아디다스코리아 '파격 혜택'
"오늘 온 학생들은 서류 통과"
유튜브 콘텐츠·뷰티 업체 등
과거에 없던 '新직업군' 등장
“학생들이 현직 인사 담당자 앞에서 모의면접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죠. 학생들이 ‘취업 경험치’를 쌓는 데 이보다 좋은 행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김인식 금곡고 취업팀장)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엑스포’는 개막 한 시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과 군인들로 북적였다.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엑스포는 고졸 청년의 취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경제신문사,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가 13회째 공동 주최해온 행사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졸 채용 박람회답게 첫날부터 전국에서 2만여 명의 학생과 교사가 현장을 찾았다.
○알짜 정보에 ‘파격’ 현장 채용까지
올해 행사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CJ프레시웨이 등 148개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이 부스를 차리고 학생들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했다. 학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부스는 단연 삼성전자 DS부문이었다. 개막과 동시에 부스 앞에는 20~30명 넘는 줄이 생겨났다. 충북 음성군에서 온 전준우 군(충북반도체고 3학년)은 “삼성전자 입사가 꿈”이라며 “채용 담당자와 상담하며 어떤 자격증과 스펙을 준비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스타벅스 등 외국계 기업에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현장 채용’을 시행한 아디다스코리아 부스 앞에는 면접을 보려는 학생들의 줄이 행사 종료 때까지 이어졌다.현장에서 입사가 결정된 사례도 나왔다. 우현준 아디다스코리아 과장은 “오늘 방문한 학생들은 열정을 감안해 서류 전형 없이 바로 면접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며 “실제로 패션 디자인을 진로로 정한 한 고교 3학년 여학생은 꿈에 대한 확신과 회사의 배경지식이 충만하다고 판단해 졸업 직후인 내년 1월 입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휴가를 내 채용 엑스포를 찾은 군인들도 눈에 띄었다. 전역을 3개월 앞둔 양희권 씨(22)는 이날 강원 홍천 부대에서 버스를 타고 약 세 시간을 이동해 행사장에 도착했다. 전역 후 어떤 분야에 취업할지 탐색하기 위해 1박2일 휴가까지 냈다. 4개월 뒤 전역하는 윤찬영 씨(22) 역시 구직 청원 휴가를 쓰고 왔다. 윤씨는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계획을 세울 좋은 기회였다”며 “컴퓨터 기술, 자동화시스템을 전공해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에이씨에스테크놀로지 부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유튜브·뷰티…新직군에도 관심
MZ세대 사이에서 뜨고 있는 새 직업군 관련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채널 운영 회사가 대표적이다. ‘보다’ ‘지식인사이드’ 등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9개를 운영하는 콘텐츠 회사 어썸엔터테인먼트에는 피디와 편집자를 지망하는 학생이 몰렸다. 장재훈 어썸엔터테인먼트 팀장은 “유튜브 콘텐츠가 일상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업계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게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스를 찾은 학생들에게 “유튜브 콘텐츠 제작업체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편집해보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력 등 스펙보다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채용된다”고 설명했다.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퍼스널 컬러’ 전문 기업도 눈길을 끌었다. 퍼스널 컬러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이미지호’ 부스에는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과 군인도 많이 방문했다. 이미지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통역사를 채용하기 위해 부스를 꾸렸다. 김효림 양(한림디자인고 3학년)은 “남녀노소 모두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뷰티업계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부스에서 상담을 맡은 이미지호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지혜 씨는 “뷰티·미용을 전공했다는 것보다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늘어나는 만큼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이혜인/정희원/김다빈/강영연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