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보다 굿즈? 54년 만에 첫 '아트숍' [여기는 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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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만에 첫 한정판 굿즈숍 선보인 아트바젤40개국 285개 갤러리가 모인 스위스 아트바젤 행사장. VIP 공식 프리뷰가 11일(현지시간) 시작되자마자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수집가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본 전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붙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아트바젤 숍(The Art Basel Shop)'이다. 아트바젤 54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정판 굿즈'를 내놓는다는 소식은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미리 알려졌고, 개막 첫날을 포함해 페어 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줄을 선 사람들은 "아트바젤이 만들면 기념품도 뭔가 다를 거다",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본 그 가방 실물로 보고 싶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아트바젤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큰 모험이다. 아트페어는 그 자체로 예술을 지나치게 상업화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가격을 매겨 한 장소에 몰아넣고 사고 파는 행위 자체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트바젤은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듯, 협업에서 답을 찾았다. 아트바젤 숍은 프랑스 파리의 유명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사라 안델만이 주도했다. 1997년부터 20년간 '콜레트'라는 럭셔리 부티크 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어머니와 운영했던 안델만을 영입, 독점적이고 희귀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아트바젤 기간 동안에만 일반인과 방문객에게 한정 판매하기로 했다. 안델만은 아트바젤 박람회에 참여한 예술가와 협력해 제품을 개발했다. 미국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틴 선 김(44)과의 협업이 가장 화제였다. 작가 스스로는 물론 청각 장애를 가진 가족과 살며 수화, 문자, 소리가 어떻게 사회에서 작용하는 지를 고찰해온 작가.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시그니처 드로잉과 작품으로 접시, 의류, 아기 딸랑이 등을 만들었다. 프랑스 각 지역의 유명 제조사들과 협업한 것도 특징이다. 아트바젤의 대형 전시 섹션인 언리미티드에 화이트큐브 작가로도 참여한 크리스틴 선 김은 아트바젤 숍을 찾아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 현대미술의 상징적인 사진가 신디 셔먼의 작품을 스케이트 보드 3개의 판에 그려넣은 한정판 제품, 영국 예술가 라이언 갠더가 어린 시절 그린 초상화 150점을 모은 '5세의 예술가들' 한정판, 루이비통의 스위스 도시 여행 수첩 '바젤' 등도 첫 선을 보였다.영국 예술가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펄프드 픽션' 프로젝트에서 나온 1250권의 한정판 도서 중 75권을 아트바젤 숍에 내놨다. '펄프드 픽션' 프로젝트는 베스트셀러 서적의 중고, 혹은 버려진 책을 구해 완전한 새로운 책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 댄 브라운의 2003년 소설 <다빈치 코드>, 조지 오웰의 <1984> 등이 진행됐다. 슈리글리는 아트바젤 현장을 찾아 직접 '지금 판매 중'이라는 문구를 벽면에 스스로 광고하는 등 그의 팬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밖에 파리국립피카소 박물관의 미술사학자 다이애나 피카소와 함께 제작한 '피카소 피게 향초', LA에서 부활한 독일 함부르크의 예술 테마파크 '루나루나'와 협업한 장 미셸 바스키아 소형 관람차 등도 화제였다. 아티스트 한정판만 있는 건 아니다. 안델만은 '언리미티드 아이디어-BIC 샤프 펜슬', '언리미티드 카페인-도자기 컵과 받침', '언리미티드 게임-탁구 세트' 등을 포함해 바젤 강에서 수영하는 이들을 위한 방수 가방, 바젤의 특산품이기도 한 쿠키 등도 내놨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아트바젤의 과거 아카이브 자료를 변형한 '헤리티지 컬렉션'도 한켠에 놓였다. 모자와 티셔츠, 가방 등을 1970년의 아트바젤 로고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헤일리 로머 아트바젤 최고성장책임자(CGO)는 "문화 애호가와 기존 후원자들까지 아트바젤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전시가 끝난 뒤에도 특별한 경험을 일상에서 계속 기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예술계와 관람객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가, 기관 등과 협업한 희귀본 책과 상품
"아트바젤 참여 작가들과 협업 늘려갈 것"
파리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사라 안델만이 기획 유통
라이언 갠더 등 작가 사인회 잇따라 열리며 흥행
바젤(스위스)=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