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U2·레이디 가가…팝스타 무대 만든 황금손, BMW와 벌인 일[여기는 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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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과 BMW10여년 간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팝 음악계의 결정적 순간을 떠올려보자. 비욘세의 블록버스터급 투어 르네상스(2023)와 포메이션(2016), 카니예 웨스트의 Yeezus(2013), 레이디 가가의 몬스터볼(2009), 라스베가스 스피어의 오프닝 콘서트 U2 UV(2023)…. 이 모든 무대를 디자인한 사람은 한 명이다. 엔터테인먼트의 거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영국 출신의 에스 데블린(Es Devlin·50)이다. 팝스타들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데블린이지만 그는 사실 90년대 중반부터 유럽 전역의 오페라하우스와 극장에서 기반을 다졌다. 로열오페라하우스, 루체른페스티벌의 야외무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 파리 루이비통 패션쇼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화제의 무대는 셀 수조차 없다. 모든 무대에 극강의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동시에 미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그는 이제 테이트모던, 서펜타인갤러리 등 유명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는 '뮤지엄 아티스트'가 됐다. 최고의 수집가들이 한 곳에 모인 스위스 바젤의 아트바젤2024. 그곳에 에스 데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20년간 아트바젤 공식 후원사이자 VIP의 차량을 지원해온 BMW가 올해 에스 데블린과 멀티 미디어 작품 시리즈를 제작해 단독으로 부스를 마련한 것. '수소'를 주제로 데블린은 BMW 엔지니어들과 수 개월 협업했고, 그 결과 서페이싱(2024), 서페이싱 II(2024)가 탄생했다. 전시장에는 마스크 (2018), 마스크 인 모션 (2018) 등 4개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BMW는 BMW iX5 모델의 파일럿 수소차량을 이번 아트바젤에 공식 셔틀로 공개했다. 차량 외부엔 데블린이 그리고 콜라주한 작품이 덮혀 있고, 차에 타면 수소의 잠재력에 관해 BMW 엔지니어와 예술가들이 나눈 대화를 들을 수 있다. VIP카드를 소지한 아트바젤 관람객들은 원하는 장소 어디로든 이 차를 타고 움직일 수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11일부터 6일간 매시 30분마다 한정된 인원에게만 공개한 현대무용 공연. 안무가 셰론 이얄의 안무는 5명의 무용수들이 런던의 작곡 듀오 폴리포니아가 작곡한 음악에 맞춰 약 7분동안 이어졌다. 컴컴한 방 안에서, 빛으로 조각된 사각의 무대는 가장자리에 끝마다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명도 색이 변한다. 이 무대가 데블린이 구현한 멀티미디어 작품. 데블린은 "BMW 엔지니어들로부터 수소 연료 전지 내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의 아름다운 대칭성을 배웠다"면서 "산소에서 수소 원자를 분리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자동차 내에서 산소가 수소와 재결합될 때 다시 생성되는데, 그 부산물은 차량을 추진하는 에너지일 뿐만 아니라 물이다”고 했다. BMW iX5 수소차량의 외관은 파란색과 흰색으로 칠해졌다. 이 콜라주는 데블린이 10대 시절 벽과 책장을 채웠던 문학 작품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일본 예술가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1831년 목판화 '가나가와의 대파도'가 반영돼 있는데, 그 사이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문장이 겹쳐져 있다. 물에 관한, 문학 사상 가장 긴 문장 중 하나다.물, 수소를 주제로 작업하며 그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 중 하나는 18세 때 그렸던 그림이다. 상자 안에 웅크리고 있는 푸른 빛을 내는 소녀. 상자라는 틀 안에 있는 사람이 그의 대화 상대였고, 그것이 지금의 데블린을 만들었다. 아주 어릴 때 우연히 템스 강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기억도 그의 작품 세계를 만든 이미지다. 공기가 아닌 다른 매체를 투과하는 빛, 그 은은한 빛은 여전히 그의 작품 안에 투사된다. 이번 공연에서도 두 줄기의 빛을 이용해 5명의 무용수가 갑자기 등장하고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이동과 같은 현상을 구현했다. 데블린은 올 가을 런던 프리즈 기간 난민들을 스케치한 작업을 한 교회 앞에 전시할 예정이다.
수소차 주제로 아트바젤서 공개한 'SURFACING'
단독 부스 열고 4개 작품 전시…"움직임의 원천 표현"
레이디 가가, 비욘세, 라스베가스 스피어 U2 무대 등
팝스타들과 루체른 페스티벌 오페라 무대 넘나든 예술가
바젤=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