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합의 하에 만남…청탁 맞지만 김여사도 처벌 받아야"

경찰, '명품백 의혹' 최재영 목사 소환조사
"주거침입 아냐…金여사, 청탁 들어주려 시늉"
최재영 목사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는 장면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가 청탁을 들어주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다.

13일 최 목사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김 여사가 언더커버(잠입) 취재 차 제공한 선물을 무분별하게 받은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청탁을 들어주려고 관계부처 직원들을 연결해 도와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최 목사는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는 지난 2월 최 목사를 주거침입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최 목사는 청탁 시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 여사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고 청탁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개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촬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는) 주는 선물을 다 받으셨고 청탁을 들어주려 시늉한 것도 청탁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거침입 혐의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 목사는 "김 여사와 비서가 접견 장소를 알려줬고 정식 합의 하에 만남이 이뤄졌다"며 "그냥 치고 들어가서 선물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 목사는 이와 관련한 증거자료를 이날 경찰에 제출할 계획이다.1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과 관련해 무혐의로 종결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권익위는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이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고, 최 목사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제가 미국 시민권자는 맞지만, 선물은 서울의소리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소유권이 없다"며 "궤변에 가까운 답변"이라 지적했다.

경찰은 최 목사가 가방 전달 장면을 촬영·유포한 것이 불법인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또한 내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