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항거한 민영환의 유서, 국가등록문화유산 됐다

'홍제일기' '미쓰비시 줄사택' 등 2건은 등록예고
"한번 죽음으로써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고, 우리 2000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한다. 그러나 나는 죽어도 죽지 않고, 지하에서라도 여러분을 기어이 도울 것이다. (중략) 한마음으로 서로 돕고 힘을 모아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하라. 그러면 죽어서라도 저세상에서 기뻐 웃으리라."

대한제국의 외교관 충정공 민영환(1961~1905)의 유서 내용이다. 제목은 '결고(訣告·이별을 알림) 아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며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자, 울분을 이기지 못한 민영환이 같은 해 11월 30일 자결하면서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민영환 유서(명함)' /국가유산청 제공
일제의 침략에 죽음으로 항거한 충정공 민영환(1961~1905)의 유서가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13일 국가유산청은 '민영환 유서(명함)'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7일 국가유산청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지정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명함 앞면과 뒷면에 연필로 빼곡히 적힌 유서에는 2000만 동포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면에는 '육군 부장 정일품 대훈위 민영환(陸軍副將正一品大勳位閔泳煥)'이라는 한자가, 뒷면에는 영문 이름 'Min Young Hwan'가 적혀있다. 민영환의 옷깃에서 발견된 유서는 봉투에 넣어져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다가 1958년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됐다.

국가유산청은 "자결 순국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충정공의 정신을 후세에게 알릴 수 있는 사료 및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홍제일기' /국가유산청 제공
한편 이날 일제강점기 전후의 시대상을 간직한 문화유산 두 건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됐다. 이날 추가로 등록 예고된 '홍제일기'와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30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친 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된다.

'홍제일기'는 전북 부안군의 유생 기행현(奇幸鉉)이 1866~1911년 사이 약 45년간 작성한 일기다. 총 7권으로 구성된 이 유물은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하기 전까지 약 30여년의 물가 변동, 가뭄, 세금 등에 관한 기록이 수록됐다. 국가유산청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부안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변화상과 역사적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미쓰비시 줄사택'의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제강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합숙 생활을 했던 곳이다. 여러 호의 집들이 줄지어 있어 '줄사택'으로 불려온 이곳은 인천광역시 부평구 소재 1329㎡에 해당하는 34필지다. 국가유산청은 "광복 후에도 도시 노동자들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는 등 역사와 주거사적으로 가치 있다"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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