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 종의 95%는 수컷이 새끼를 아예 돌보지 않아" [서평]

그래서 포유류


리암 드류 지음
고호관 옮김/엠아이디
452쪽|1만8000원
1758년 스웨덴 생물학자 칼 린네가 <자연의 체계> 제10판을 냈다. 여기서 그는 인간을 동물의 한 종으로 분류하며 ‘호모 사피엔스’라 이름 붙였다. 또 고래와 돌고래를 어류에서 빼내 쥐와 말,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묶어 ‘포유류’라고 했다. 젖을 먹이는 동물이란 뜻이다.

<그래서 포유류>는 이 포유류를 다룬 교양 과학서다. 신경생물학자이면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리암 드류가 썼다. 포유류가 가진 13가지 특징을 설명한다. 포유류는 부모가 새끼를 돌본다.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온혈동물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영양과 온기를 제공하지 않으면 새끼는 죽는다. 조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조류의 90%는 새끼의 양육에 수컷 배우자가 도움을 준다. 반면 95%의 포유류 종은 수컷이 양육에 조금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새는 어미가 비축한 에너지를 새끼에게 줄 수 없다. 먹이를 밖에서 구해와야 한다. 포유류는 어미의 젖을 먹고 새끼가 자란다. 그동안 수컷 배우자는 할 게 많지 않다. 포유류 수컷은 양육에 참여하기보다 번식을 위해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실제로 그런 수컷이 더 많은 유전자를 남겼다.
젖은 포유류의 중요한 특징이다. 새끼는 태어나 숨을 쉬고 싸기만 하면 된다. 알에서 깨어나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파충류가 마주하는 힘겨운 현실과 사뭇 다르다. 풍부한 영양 공급 덕분에 포유류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마치 동물 세계의 잡초”처럼 빠르게 번식하며 이곳저곳을 개척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포유류는 귀가 발달했다. 머리 외부에 소리를 모으는 깔때기 같은 구조인 ‘귓바퀴’가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청각은 시각을 보완한다. 모퉁이 너머, 나무 뒤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물체의 움직임을 알게 해준다. 북극여우는 눈 밑에 있어 보이지 않는 쥐의 소리를 듣고 펄쩍 뛰어오른 뒤 귀가 이끄는 곳을 향해 눈 속으로 파고든다.

책은 우리가 속한 포유류의 세계를 다채롭고 흥미롭게 탐구한다. 책을 통해 포유류의 독특한 진화 경로와 다양한 생태적 적응을 이해하게 되며, 인간 또한 이 거대한 포유류 가족의 일원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