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PB상품 우대 의혹' 쿠팡에 1400억 과징금…검찰 고발

공정위 "고객 유인행위로 소비자 기만"
쿠팡 "소비자 선택권 무시 조치" 반발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을 받고 있는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가 국내 유통기업에 부과한 사상 최대 과징금으로, PB상품 검색순위 조작 등을 통한 소비자 기만행위를 엄중히 제재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또한 공정위는 쿠팡과 PB상품 납품 자회사(CPLB)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쿠팡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 및 CPLB의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이들 회사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에서 상품 검색 시 화면 상단에 PB 상품을 우선 보여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소비자가 ‘생수’를 검색하면 쿠팡 PB인 ‘탐사’가 가장 먼저 보이는 식이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이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와 무관하게 자사 상품을 상단에 배치했다고 봤다.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상품(직매입 및 PB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소비자들도 검색순위가 높으면 해당 상품이 판매량, 구매 후기 등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하는데 검색순위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상위에 고정 노출된 쿠팡의 상품은 검색 결과에서 다른 상품과 구분되지 않아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품이 인위적으로 상위에 고정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 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을 부여했다고도 봤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는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21만개 입점 업체의 4억개 이상 중개상품보다 자기 상품만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위계행위를 했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쿠팡의 상품이 입점 업체의 상품보다 더 우수한 상품이라고 오인해 쿠팡의 상품을 구매 선택하게 되는 등 쿠팡과 거래하도록 유인됐다”고 판단했다.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온오프라인 유통사의 상품 노출 및 진열 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이같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매년 수십조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직접 구매해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까지 보장해 왔다”며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고객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 왔다”고 설명했다.이어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만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며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