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자택서 단독 미팅…2주 美 출장 마친 이재용

이재용 "삼성 강점 살려 미래 개척하자"
올해 최장기간 출장…메타·아마존·퀄컴 CEO 회동
이달 말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팔로 알토 소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 정보기술(IT)·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주요기업 수장을 만나 미래 기술과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위기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1년여 만에 미 동서를 횡단하는 장기 출장을 통해 '기술 초경쟁' 시대 협력 모델 구축에 힘을 쏟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출장을 마치며 임직원에게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당부했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저커버그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과 연쇄 회동했다. 특히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소재 저커버그 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가졌다. 올해 2월 저커버그 CEO 방한 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한 지 4개월 만의 만남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삼성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들이 삼성과의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2011년 저커버그 CEO 자택에서 처음 만난 후 현재까지 8번의 미팅을 가지며 꾸준히 관계를 형성했다. 삼성전자와 메타는 꾸준한 논의를 통해 AI 분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길 삼성의 스마트폰·TV·가전·네트워크·메모리·파운드리 부문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AI 등 첨단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윈윈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에도 주안점을 뒀다.이의 일환으로 지난 12일에는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 아마존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아마존은 반도체 사업의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한 곳이다. 작년 4월 생성형 AI 참여 계획을 밝히고, 올해 3월 AI 데이터센터에 향후 15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최근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현재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고, 추가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아마존은 또한 반도체 외에도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여하는 등 TV·모바일·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앞서 지난 10일 새너제이 삼성전자 DSA에서 협력사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 겸 CEO를 만나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칩 등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퀄컴은 삼성 모바일 제품에 최첨단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탑재했고, 최근에는 AI PC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 글로벌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와도 연이어 회동해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와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제조기술 혁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앞서 지난 4일애는 삼성 통신 사업의 최대 거래처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회동해 차세대 통신 기술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회동 이후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최근 핵심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이 회장이 초격차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위기 돌파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5조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AI칩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선 SK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출국해 출장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 최장기간 출장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말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 계획과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한다.삼성전자 측은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빅테크들과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이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진화하며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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