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日 판다 샹샹과 달랐다…3단 앞구르기 등장 '폭소'

2개월만에 들은 한국말에 반응없이 먹방
일본말 듣고 얼음 됐던 샹샹과는 달라
팬들 "적응 잘 된 것 같아 오히려 다행"
공개 이틀째 앞구르기 등장 '스타의 귀환'
사진=뉴스1
"푸바오 안녕? 잘 지냈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판다 푸바오는 4살 생일을 3개월 앞둔 지난 4월 중국으로 반환됐다. 학대 의혹과 접객 논란 속 2개월 만에 전격 공개가 결정된 푸바오는 지난 12일 조심스럽게 방사장 문밖으로 첫발을 내디뎠다.푸바오는 이날 오전 중국 쓰촨(四川)성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臥龍中華大熊猫苑) 선수핑(神樹坪)기지 실내 생활 공간에 대기하다 야외 방사장으로 걸어 나왔다. 방사장이 낯선 듯 입구 냄새를 맡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디디던 푸바오는 방사장 한편에 자리를 잡은 뒤 당근과 죽순을 먹으며 '폭풍 먹방'을 선보였다.

푸바오가 생활하는 실외 방사장은 300㎡ 규모로 나무와 수풀, 작은 연못이 어우러진 정원 형태로 꾸며졌다.
12일(현지시간) 중국 청두 쓰촨 워룽 선수핑 기지에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언론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중국 현지 언론은 물론 국내 방송국 취재진도 현지를 찾아 대중들에 처음 공개되는 푸바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취재진은 먹방 중인 푸바오를 향해 큰 소리로 "푸바오 안녕?"이라고 외쳤다. 곧이어 "잘 지냈어? 푸바오?"하고 불렀다. 푸바오를 부르는 애틋한 목소리에 이를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국내 푸바오 팬들은 울컥했다. 일본 태생 판다 '샹샹(香香·6세)'의 첫 공개 당시 모습이 순간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1년 중국에서 온 아빠 리리와 엄마 싱싱 사이에서 태어난 샹샹은 한국의 푸바오처럼 일본 현지에서 자연교배로 태어났다.

2017년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태어난 샹샹은 푸바오보다 50g이 더 적은 147g의 몸무게로 태어났으며 만 24개월이 경과되는 2019년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많은 시민의 요구와 함께 코로나 19 이슈 등의 이슈로 5살이 지나 귀환했다.귀여운 외모로 우리나라의 푸바오처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2월 일본 팬들의 눈물 속에 먼저 중국으로 떠나 현지 적응 과정을 거쳤다.

귀환 판다는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7~8개월 적응과정을 거친 후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된다. 당시 일본에서는 샹샹의 생일인 6월 12일에 맞춰 이를 축하하는 기념 패키지를 출시했으나 샹샹의 적응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면서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관람객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귀환한 샹샹. 약 8개월간의 적응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출처=SBS '푸바오와 할부지 2' 방송화면)
관람객들을 처음 만난 샹샹은 죽순을 열심히 먹다가 한 일본인 관광객이 큰 소리로 "간밧타나(힘냈구나), 샹샹"이라고 하자 8개월 만에 듣게 된 일본어에 먹던 것을 멈추고 귀를 쫑긋하더니 얼음처럼 굳은 모습이 됐다. 아기 판다 시절 늘 듣던 익숙한 일본어를 기억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에 일본인 관광객들은 일제히 흐느꼈다. 관광객들 코앞까지 다가온 샹샹은 눈을 맞추기도 했다.이 광경이 SBS 동물농장을 통해 전해지자 가수 산다라박은 "이 장면이 미래의 푸바오를 연상시켜서 푸덕이(*푸바오 팬들을 이르는 말)들이 많이 울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앞서 미국에서 2019년 반환된 판다 베이베이는 현지 사육사의 중국어를 못 알아듣고 영어에만 반응했다는 일화가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푸바오는 샹샹과 딴판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취재진의 "잘 지냈어? 푸바오"라는 말에도 시선 한 번 돌리지 않고 맹렬히 먹방을 선보인 것.

이를 지켜본 국내 팬들은 "애틋하고 다정한 취재진 목소리에 울컥했다가 쳐다도 안 보고 먹방 집중하는 푸바오 보면서 웃었다", "우리를 대표해서 인사 건네줘서 고마웠다. 하지만 푸바오가 전혀 반응하지 않아 무안했을 것 같다", "샹샹처럼 반응했으면 더 눈물 났을 것 같은데 오히려 적응 잘한 것 같아 안심됐다"고 안도했다.

푸바오는 공개 이틀째인 13일 3단 회전 앞구르기 등장을 선보여 폭소를 자아냈다. 자신의 스타성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구르기와 착지까지 완벽한 모습이었다. 팬들은 "태생이 스타", "기술점수 100점", "에버랜드에서는 구르며 남천이를 뽑더니 이제는 구르면서 출입구 통과까지"라며 열광했다.
출처=에버랜드 주토피아 카페 (小黏黏)
푸바오는 한국에 있을 당시 에버랜드에서도 앞구르기를 하며 사육사들이 애지중지하는 남천을 뿌리째 뽑는 모습을 보여 '푸질머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최태규 수의사는 전날 YTN뉴스에 출연해 "푸바오에 대한 우려가 많이 있었는데 공개된 모습을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면서 "판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앞구르기를 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 하기도 한다. 아주 오랫동안 안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푸바오는 한두 달 내로 완전히 현지에 적응할 수 있을 수 있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에버랜드에서 구르기를 하며 남천을 뿌리까지 뽑던 푸바오의 모습 (출처=SBS 방송화면)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