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내년 3월 이후 재개…기관엔 상환기간·연장횟수 제한

개인·기관 공매도 상환조건 통일하고
불법 공매도 처벌 규정 대폭 강화
금융위 "공매도 재개, 내년 3월31일부터 될 듯"

전체 시행엔 입법 필요…"조속 통과 예상"
금융감독당국이 공매도 거래 전면 금지 조치를 예정보다 10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단속을 위한 전산화 시스템을 내년 3월 안에 구축해 내년 3월31일부터는 공매도 거래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재개하는 게 목표다.

공매도 제도개선 최종안 발표

13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임시 금융위를 열고 당초엔 오는 30일까지로 예정됐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년 3월30일까지 연장하도록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을 열고 “전산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다시 반복될 우려가 있어 조치를 연장했다”며 “시스템이 구축되면 내년 3월31일부터 공매도 거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은 국민의힘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제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안은 개인투자자의 국민청원 내용 등을 반영해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공매도 거래 조건 차이를 줄이고, 불법 공매도 단속 시스템·제재수단·처벌 수준 등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행 현금·주식 모두 120%인 개인 공매도(대주)의 담보비율은 현금 105%, 주식 ‘120%+α’로 변경된다. 현금 105%, 주식 ‘135%+α’인 현행 기관·외국인 공매도(대차) 담보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행 최장 12개월 단위로 연장되는 기관·외국인 상환기간은 개인과 같은 90일 단위 연장으로 축소하고, 총 연장 기한은 12개월로 제한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선 공매도 전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 국내 공매도 거래 92% 이상을 차지하는 110개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자체적으로 보유·차입 주신 잔량을 실시간 관리하는 시스템을 의무화한다. 여기에다 한국거래소가 별도 중앙 점검 시스템(NSDS)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 발생 여부를 단속할 계획이다.

불법 공매도 제재 수준도 끌어올린다. 불법 공매도로 인한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고 무기징역을 적용하도록 형사처벌을 강화한다. 현행은 최고 30년 징역형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그간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징역형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무기징역이 일반적으로 나오기는 어려운 형량"이라며 "아주 고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물의가 큰 경우 등에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이에 대해 최장 10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고 금융사와 상장사 임원 선임 길을 막는 등 불공정거래 수준 제재 수단도 도입한다. 기존은 부당 이득의 3~5배 수준인 불법 공매도 벌금 범위는 부당이득의 4~6배로 상향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 전산화를 추진하는 한편 무차입 공매도에 따르는 페널티를 세게 부여해 불법 공매도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공시를 강화하고, CB·BW 발행이 공시된 뒤엔 발행시 전환가액이 공시되기 전까지 기간 중 공매도를 한 투자자의 CB·BW 취득을 제한한다. 유상증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규정을 짜 CB·BW 투자자가 공매도를 통해 차액을 취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관, 역차별에 짐 쌀라" 지적도…개미엔 '정글' 문 더 열어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발표를 두고 글로벌 시장 대비 한국의 공매도 거래 규제가 훨씬 더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에 대한 기관의 상환 연장 기한이 최장 12개월로 제한된 게 대표적이다. 대만 등 다른 국가보다는 엄격한 조건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는 일반 개인에 비해 당연히 신용도와 위험 감수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그런데도 개인과 같은 수준의 제한을 걸면 사실상의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부 체크리스트를 보면 공매도 거래에 대한 규제와 내부통제 기준이 굉장히 엄격해졌다"며 "일부 기관과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이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개인에 대해선 공매도 거래가 보다 쉬워지면서 개인의 위험 노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이 낮아지면 기존보다 적은 돈으로도 공매도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방식이어서 주가가 오를수록 돈을 잃는다. 주식 가치가 상승할 때 상승폭은 이론적으론 한계가 없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엔 손실폭이 아무리 커봐야 투자 원금 수준에 그치지만, 공매도는 이론상 투자 손실 규모가 무한한 이유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에 대해 개인투자자 대상 공매도 손실 위험성 안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입법 과정 필요… 금융위 "조속 통과 기대"

이날 발표안이 제대로 실효성을 내려면 관련 입법이 필수적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안의 주요 축 중 하나인 형사처벌 강화를 시행하기 위해선 관렵 법이 먼저 마련되어야 해서다.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도 법 조항이 필수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한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일부 외국 투자은행(IB) 등은 내부 규정상 잔고 내역 등을 외부에 공유하기 위해선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개별 IB의 잔고관리 시스템과 한국거래소 중앙관리 시스템을 연동하기 위해서도 관련 조항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법안은 작년 하반기까지 여럿 21대 국회에 발의됐으나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논의를 넘지 못하고 21대 국회 폐원과 함께 자동폐기됐다. 금융위 등은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공매도 제도 개선은) 공론화 과정을 많이 거친 일이라 전반적으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다"며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입법 필요 없이 하위 법규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다듬을 계획이다. 대주 담보비율 인하, 공매도 잔고 공시 기준 강화 등을 올 3분기 중 개정한다.


"내년 3월 말엔 공매도 재개 가능할 것"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날 “내년 3월 공매도 전산시스템이 갖춰지면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래 재개 범위 등을 지금 명확히 짚긴 어려우나 상당한 수준의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올 3분기 중 기관 내 잔고관리시스템과 내부통제기준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각 사별로 내부 시스템 구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연내 각 사 자체 시스템 구축을 마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실질적인 공매도 재개가 일러도 내년 2분기께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매도 중앙 관리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뒤에 개별 증권사의 시스템을 수정·연동하는 데에도 일부 시일이 소요되서다.

일각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미뤄지면서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한 발짝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MSCI 편입 자체가 정책 목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다보면 MSCI에 편입이 될 수 있고, 공매도 금지 조치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인 만큼 내년에 공매도 거래가 재개되면 MSCI 편입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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