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혁신 대신 주담대로 쉽게 장사"

금융당국, 세미나서 쓴소리
"중저신용자 포용과 거리 멀어"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과 포용 등 설립 취지와 어긋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위해 사업 타당성과 자금 조달력을 엄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3일 금융연구원이 ‘인터넷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성이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설립 취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차주를 포용하길 기대했지만 기존 중금리 시장을 놓고 시중은행·저축은행과 경쟁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금융연구원도 이날 인터넷은행 등장 후 7년간 실질적인 금리 경감 효과가 미흡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산업의 경쟁을 일으킨 것이 인터넷은행 출범이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 정부 정책 등 외부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작년 기준 인터넷은행의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낮고, 대출 금리는 높았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 인가 정책만으로는 기대하는 만큼 은행권 경쟁 촉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지방은행, 일부 저축은행의 대형·디지털화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국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제4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에서 사업계획 타당성과 자금조달 능력을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장은 “사업 계획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