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에 주춤한 비트코인…채굴기업은 AI 타고 '질주'

수익률 톱10 중 채굴ETF 8개

수익성 줄자 사업 다각화 나서
남는 전력 데이터센터 등 공급
미국 증시에서 암호화폐 채굴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를 맞아 채굴 환경이 악화했지만 채굴 기업이 확보한 전력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거나 인프라를 AI 산업용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다.

13일 ETF체크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제외) 가운데 최근 한 달간 수익률 ‘톱10’ 중 8개가 암호화폐 채굴과 관련된 상품이었다. ‘발키리 비트코인 채굴’(WGMI)은 이 기간 수익률 50.7%를 내 1위에 올랐다. 이 ETF가 가장 많이 편입한 아이리스에너지는 한 달간 179% 급등해 주요 암호화폐 채굴 기업 중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암호화폐 채굴 ETF ‘반에크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APP)과 ‘크립토인더스트리&디지털이코노미’(CRPT)가 각각 수익률 32.2%, 30.9%로 뒤를 이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은 올초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채굴량이 반 토막 나는 반감기를 맞아 상승장에서 소외됐다. 하지만 최근 AI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반감기 영향으로 채굴 효율이 나빠졌지만 채굴을 위해 확보한 전력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시설을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암호화폐 채굴 기업 코어사이언티픽은 AI 스타트업 코어위브와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전력 공급계약을 맺었다.

증권가에서는 AI 산업에 진출해 암호화폐 채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자산 업체 코인셰어즈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를 채굴할 때보다 최대 20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지만 수익성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암호화폐 채굴 기업의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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