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홀대받는 사이…요직 꿰찬 동국대 출신들

정부, 경찰대 출신 힘빼기 나서자
동국대 간부후보 반사이익 누려
최근 인사 치안정감·치안감 배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가 이번 경찰 수뇌부 인사에서 치안정감(두 번째 계급)과 치안감(세 번째)을 한 명씩 배출하며 경찰 내 주요 학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찰대 출신이 집중 견제를 받은 사이 동국대 출신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이호영 경찰국장(85학번)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경찰에 간부후보생 40기로 입직했다. 경찰 계급 서열 3위인 치안감 승진자 중에선 김호승 경기북부경찰청 공공안전부장(간부후보생 43기)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87학번이다. 이 경찰국장은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김희중 인천경찰청장(간부후보생 41기·85학번)과 경찰행정학과 동기다.이번 인사 이후 경찰 내부에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가 성골로 떠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6명의 경찰 수뇌부 승진자 중 2명이, 차기 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6명 중 2명이 같은 대학, 같은 과 졸업자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1963년 설립된 국내 최초 경찰학과다. 학력 제한 없이 50여 명을 뽑는 간부후보생 선발시험에서 매년 10명 안팎의 합격자를 배출한다. 수석과 최연소 합격자 자리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2016년부터는 단과대로 승격돼 경찰행정학부로 운영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경찰조직의 정점인 치안총감도 배출했다. 어청수 14대 경찰청장(2008~2009년)과 이성한 18대 청장(2013~2014년)이 대표적이다.정부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순경 출신 고위직이 적은 점을 지적하며 경찰대 출신 발탁에 소극적이자 그 틈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출신들이 채우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A총경은 “최근 2년여간 각 계급 인사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간부후보생 출신이 1순위로 떠올랐다”며 “내부에서 경찰대 졸업자를 미묘하게 경계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시험을 거쳐 입직한 이들에게는 반감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경찰대 출신들은 졸업 후 곧바로 경위로 임용된다.

경찰청, 지방경찰청에선 주요 보직인 인사·홍보 등에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간부후보생’ 출신이 적지 않다. 경찰청의 경우 현 인사과장과 전 인사계장이 ‘동대경행’ 동문이다. B총경은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에 많아 보이는 건 20대 초반에 입직하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이라며 “개개인을 살펴보면 동대경행 출신이 잘나간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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