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숨겨놓은 돈 얼마기에 美 당국에 6조원대 벌금 낸다

'테라 사태' SEC와 납부 합의
비트코인 등 거액 은닉 의혹도
암호화폐 테라·루나 붕괴 사태와 관련해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씨(사진)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4억7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 규모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권씨 측이 수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내기로 하면서 은닉 재산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미 언론은 SEC가 테라폼랩스와 권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양측 법률대리인이 벌금 등 부과 액수와 관련해 이같이 합의했다며 재판부의 승인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권씨 개인에게 부과된 벌금은 2억400만달러(약 2800억원)다.미 증권당국인 SEC는 2021년 11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과 관련해 투자자를 속여 거액의 투자 손실을 입혔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권씨를 상대로 제기된 형사재판과는 별도의 민사재판이다. 이번 재판은 피고의 직접 출석 의무는 없어 권씨 없이 진행됐다. 법원 배심원단은 “테라폼랩스와 권씨가 ‘테라는 안전하다’고 속여 투자자에게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SEC 손을 들어줬다.

권씨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내는 데 동의하면서 합의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루나는 2022년 한때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했고, 테라도 23조원을 웃돌았다. 이들 암호화폐는 2022년 5월 순식간에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대거 피해를 봤다.

일각에서는 권씨가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돌려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2월 공개된 SEC 고소장에는 권씨가 비트코인 1만 개를 ‘콜드월렛’(오프라인 암호화폐 저장소)에 보관해왔고,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이 자산을 스위스 은행에 보낸 뒤 현금으로 바꿨다고 적시됐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