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집 초대받은 JY…"메타와 AI 협력 확대"

아마존·퀄컴 CEO와 연쇄회동

李 회장, 美서 그린 '미래구상'
이달 말 전략회의서 구체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 11일 미국 팰로앨토에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자택을 찾아 AI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아마존, 메타, 퀄컴은 복잡한 사업 관계로 얽혀 있다. 아마존과 메타는 반도체 사업에선 삼성전자 칩을 대량 구매하는 ‘큰손’이지만 스마트폰·TV에선 자사 콘텐츠를 삼성 제품에 넣어야 하는 ‘을’이다. 퀄컴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선 삼성의 경쟁자지만 갤럭시 인공지능(AI)폰의 핵심 칩을 납품하는 협력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일부 제품 생산도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맡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에 2주일간 장기 출장을 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을 풀면서 빅테크와 협력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께 미국 서부로 건너가 앤디 재시(아마존), 마크 저커버그(메타), 크리스티아노 아몬(퀄컴) 등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하이라이트는 저커버그 CEO와의 단독 미팅이었다. 이 회장은 11일 실리콘밸리 중심부인 팰로앨토에 있는 저커버그 CEO 자택으로 초청받았다. 2월 저커버그 CEO가 방한했을 때 이 회장의 초대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난 지 4개월 만에 재회한 것이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미래 산업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파운드리, AI 반도체 공동 개발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타와 AI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시 CEO와의 만남에선 반도체 사업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12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이뤄진 미팅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도 배석했다. 아마존은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삼성전자에서 서버용 메모리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다. 3월 아마존이 15년간 1500억달러(약 206조원)를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기로 한 만큼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과의 반도체 협력은 한층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아마존이 설계하는 AI 반도체를 삼성이 만드는 방안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아몬 CEO와는 AI 반도체, 차세대 통신 칩 시장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토론했다. 삼성은 퀄컴과 최근 AI PC 사업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나오는 ‘초기술 경쟁’ 시대에 삼성이 주도권을 쥐는 방안 중 하나로 빅테크와의 신(新)협력 모델 발굴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경영진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회장이 주도한 빅테크와의 협력 방안은 이 회의를 거쳐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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