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인 인력 쟁탈전에 깊어지는 中企 시름

韓 최저임금 높아 '로또'로 불려
현실에 맞는 임금수준 논의해야

이미경 중소기업부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1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인구 감소 대응 외국인 인력 확보 한·일전(戰)’으로 이름 붙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선 저출생·고령화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양국의 외국인 인력 정책을 비교하는 세션이 이어졌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여파로 두 나라가 외국인 인력 확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전쟁’에 빗댔다.

일본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사의 서울특파원들이 행사 전부터 중기중앙회에 행사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0일 1면 기사에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한 동남아 인력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외국인 인력정책을 조명했다.동남아 지역 근로자들 사이에서 한국행은 ‘로또’로 불린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 수준 때문이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업종별로 차등화한 일본 평균 최저임금(1004엔·약 8775원)보다 1000원 이상 높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한국의 최저임금은 1만1932원으로 일본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도보다 2000원 이상 많다.

언뜻 보면 외국인 근로자에게 높은 최저임금을 보장해주는 한국의 제도가 모범 사례 같지만 행사에 참석한 상당수 국내 중소기업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인천에서 표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최저임금 수준 대비 외국인 노동자들의 업무 숙련도가 낮다는 게 함정”이라며 “돈을 더 주고 외국인 인력을 데려오는 것 못지않게 정부가 산업현장의 현실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 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변동 수준을 묻는 말에 중소기업인 61.6%가 ‘인하 또는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이 회사 경영에 부담되느냐는 질문에는 80.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 동아시아 선진국에서도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 국가 모두 외국인 인력을 더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 동남아 인력 쟁탈전이 곧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인력난 못지않게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가 중소기업계 전체에 번지고 있는 경영난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했다. 업종별 차등 임금이 도입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외국인들이 한국행을 ‘로또’로 생각하는 요인이 국내 사업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지 면밀히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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