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 화물창 만들자"…조선·철강 어벤저스 떴다

삼성重·포스코 등 5개사 협력
미래 수소선 시장 주도권 잡기
"佛기업 GTT 넘는 초격차 확보"
국내 대표 조선사와 철강사들이 차세대 연료원으로 각광받는 액화수소 운반선에 들어가는 핵심 기자재인 화물창(선박 내 저장탱크)을 개발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2050년 130조원 규모로 커질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팀 코리아’를 꾸린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포스코, 현대제철 등 5개 기업과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KR)은 ‘액화수소 선박용 재료 시험 표준화 공동연구’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3일 발표했다.이날 삼성중공업 경기 판교R&D센터에서 열린 협약 체결식에는 각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연구소장들이 참석했다. 이들 기업은 화물창에 쓸 재료의 물성 실험 결과 등을 공유하고, 액화수소 화물창 설계·제작과 관련한 표준화 작업도 하기로 했다.

수소는 연소 시 물만 나오는 친환경 연료지만, 운송과 보관이 까다로운 게 보급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단 멀리 운송하려면 영하 253도로 냉각한 뒤 800분의 1로 압축해 액체 상태로 변환해야 한다. 액화수소를 초극저온 상태로 저장하려면 전용 저장탱크(화물창)가 있어야 한다. 화물창 설계와 제작이 액화수소 운반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5개 기업은 우선 화물창 재료에 관한 물성 연구와 검증을 시행하기로 했다. 합금강, 스테인리스강 등 화물창에 쓰이는 재료의 고유 성질을 분석하고 내열성과 충격을 얼마나 버티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이다. 강철도 영하 253도의 환경에선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액화수소 화물창에 관한 국제 표준은 아직 없다. 기술 난도가 높아서다. 국제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각국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들은 이번 협약을 기반 삼아 수소 운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탄소중립 열풍으로 수소가 차세대 연료로 떠오르면서 수소 운송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제수소에너지저널에 따르면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비용은 척당 최소 4억8000만달러(약 6569억원)로 추산된다. 한국선급은 2050년 수소 운반선이 최소 200대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장 규모는 13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현재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화물창은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 GTT 등이 장악하고 있다. LNG 운반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제조하지만, 화물창은 해외 기술을 쓰고 있다. GTT는 한국 조선사가 LNG 운반선을 건조할 때마다 한 척에 5%의 설계료를 받고 있다. 매년 수수료로만 수백억원을 내주고 있다.이번 협약에 참여한 조선사 연구소장은 “한국선급을 비롯해 국내 대형 조선 3사와 철강 2사가 공동 연구를 하는 만큼 이번 협력이 한국 기업의 미래 수소 운반선 시장 주도권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