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兆 '빌려쓰는 배터리' 시장…현대차·LG엔솔 뭉친다

배터리 신사업 공동협의체

산업부·환경부·국토부 참여한
대규모 민관협의체 18일 발족

타이어 바꾸듯 갈아끼우는 방식
소유 아닌 구독…차값 인하 효과
전기차 대중화 앞당길 촉매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정부와 함께 쉽고 빠르게 전기차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는 ‘서비스형 배터리(BaaS, 바스)’ 시장에 뛰어든다. 양사는 정부 및 유관 단체와 함께 ‘배터리 신사업 육성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선 ‘바스’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를 안전하게 탈부착할 수 있는 차량 개발에도 R&D(연구개발) 역량을 쏟고 있다.

○배터리 신사업 협의체 구축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이 참여하는 ‘바스 공동협의체’가 오는 18일 발족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정부를 비롯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협의체에 참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체 출범을 기념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배터리를 교환할 때 잔존 에너지양 등 성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를 비롯해 탄소 배출량 측정 방법 등 8개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스는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길 전망이다. 방식은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과 비슷하다. 운전자는 필요할 때 언제든 배터리 교환소에서 손쉽게 100% 완충된 배터리로 교환할 수 있다.

바스 시장은 중국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다. 중국의 전기차 분야 ‘유니콘’으로 꼽히는 니오는 중국 전역에 배터리 교환소를 2400곳가량 설치했다.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니오 측의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스틱스MRC는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장 규모가 2030년 366억달러(약 50조2700억원)로 지난해 대비 열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바스 시장이 커지면 전기차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며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차주가 배터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 쓰는 개념이 바스의 핵심이다.

○표준 마련이 시급한 과제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셀 제조 1위사가 힘을 합쳐 첫발을 뗀 만큼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정부에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 제작을 위한 특례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현행법에 관련 특례를 마련했다.

특례가 통과된 뒤 현대차는 배터리를 안전하게 탈부착할 수 있는 차량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엔 사내 스타트업 피트인을 중심으로 장거리 운행이 많은 택시와 택배 사업자를 대상으로 교환식 충전 서비스 실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LG에너지솔루션도 사내 스타트업 쿠루를 통해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교체 서비스 등을 추진 중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스 시장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공인된 성능 평가와 보증 문제 등 표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셀 제조사와 차종마다 조금씩 서로 다른 배터리팩을 표준화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삼성SDI, SK온 등 다른 배터리 제조사도 협의체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진원/김형규/곽용희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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