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서 비틀대던 학생 마약 취해…" 현직 교사 증언 '충격'

청소년 마약사범, 5년 새 6배 증가
지난해 6월 서울 노량진역에서 '마약류 오·남용 예방 캠페인'이 벌어진 모습. 동작구보건소가 주최한 이 캠페인은 마약 관련 범죄가 청소년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 /사진=임대철 기자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마약이 쉽게 유통되면서 학교에서 한 학생이 마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는 19년 차 현직 교사의 증언이 나왔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최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한 학생이 마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학생이 마약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해당 학생이 복도에서 눈에 띄게 비틀거리면서다. 주변 아이들이 인지하면서, 소문까지 퍼졌다.

A씨는 "학생이 학교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다른 학생들이 목격했다. 아이들 사이에선 이 학생이 '술을 마시고 학교에 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런데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에도 해당 학생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복도를 활보하자, 교사는 학생의 건강이 우려돼 상담을 하게 됐다.이 과정에서 학생은 "다이어트약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모르는 사람한테 구했다. 텔레그램에서 구했다"며 "약은 자기가 샀지만 옆 반 친구하고 같이 먹었다"고 말했다.

'마약은 아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A씨는 "아이들은 절대 마약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은어를 사용한다"며 "실제로 다이어트약이라고 홍보하면서 값싼 중국산 합성 마약을 SNS 디엠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A씨는 덧붙였다.

A씨는 "이후 지역 경찰서에서 학교를 방문해 학생에게 약을 어디서 샀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갔다"며 "(아이들은) 공중화장실이나 길가 등에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실제로 지난 2일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이 단속한 전체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도보다 50.1% 늘었다. 이들 중 청소년 마약 사범은 5년 전인 2019년 239명에서 지난해엔 1477명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아울러 A씨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또 문제인 게 불법 도박인데, 제자 말에 따르면 텔레그램에 불법 도박방이 많아 여기에 들어가 있으면 마약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많이 온다고 한다"면서 불법 도박에 빠지게 되면 마약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했다.

끝으로 A씨는 "과거에는 소위 노는 학생들의 문제가 술이나 담배였다고 하면 지금은 도박, 마약인 셈"이라며 "예방 교육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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