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성과 보상안' 승인 가능성에 테슬라 주가 3% 상승(종합)

이날 주총 결과에 투자자들 관심 집중…통과 안 되면 주가 하락 전망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가 13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수십조원대의 성과 보상을 지급하는 안건 표결을 앞두고 3% 가까이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2.92% 오른 182.47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한때는 191.0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머스크 CEO가 주총 사전투표 결과 보상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전날 밤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에 대한 보상 재승인 안과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하는 두 가지 주요 안건이 현재까지 "큰 표차(wide margins)로 통과되고 있다"면서 "여러분의 지지에 감사하다"고 했다.

머스크가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게시한 그래프 이미지에 따르면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 찬성표는 반대표를 2배 넘게 압도했으며, '확실한 승리'(guaranteed win)로 표시된 수준을 훌쩍 넘겼다.

이날 오후 4시 30분(미 동부시간) 열리는 테슬라 연례 주총에서 관심이 집중된 안건은 2018년 통과된 CEO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이다. 이 보상안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매출과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단계별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12회에 걸쳐 막대한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올해 1월 잠정 승소하면서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계약상의 경영 성과를 모두 달성한 머스크는 스톡옵션을 전부 받았다. 이 스톡옵션은 주당 평균 23.34달러에 약 3억300만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로, 한때 스톡옵션의 가치는 560억달러(약 77조원)에 달했다.

전날 종가(177.29달러) 기준으로는 460억달러(약 63조4천억원) 수준이다.

테슬라 이사회는 주주들이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항소심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을 이번 주총 투표 안건으로 올렸다.

이 안건을 두고 그동안 주요 주주 가운데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노르웨이국부펀드(NBIM) 등이 반대 의사를 밝혔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하는 측은 이 보상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최근 테슬라의 실적 등 재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테슬라 주가는 27% 하락한 상태다.

반면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월가의 배런 캐피털과 스코틀랜드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퍼드,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찬성 측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미래에 필수적인 인물이며, 보상안이 부결되면 그가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직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최대 기관투자자 뱅가드와 블랙록이 이날 어느 쪽으로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주총 표결이 즉각 어떤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항소심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보상안이 부결될 경우 주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지난 1월 엑스에서 "25%의 의결권(지분) 없이 테슬라를 AI(인공지능) 및 로봇 공학 분야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은 마음이 불편하다"며 이 정도의 지분을 갖지 못한다면 "테슬라 외부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AI 관련 자율주행과 로봇 등 첨단기술에 대한 기대감에 상당 부분 기반을 두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제품을 테슬라 외부에서 만들 수 있다는 머스크의 언급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테슬라 보통주 31억9천만주 가운데 약 13%(4억1천1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의 2018년 보상안으로 받은 스톡옵션을 유지할 경우 지분율은 20% 정도다.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은 한때 약 30%에 달했으나, 2021∼2022년 당시 트위터(현재 엑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380억달러(약 52조4천억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대폭 줄었다.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는 안은 지난 1월 델라웨어 법원에서 보상안 무효 판결이 나온 뒤 머스크가 제안한 내용이다. 머스크는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 소식이 전해진 뒤 엑스에 "절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