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일 내겠네"…'207% 폭등' 주가 무섭게 치솟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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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LG전자·삼성생명·하나금융 시총 추월미국발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 속에서 한미반도체의 '무한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업종 대표주인 삼성생명과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제쳤다. 이제는 대형 빅테크 카카오의 자리를 넘보는 상황이다.
코스피 18위 카카오와 시총 1조 격차
증권가 핑크빛 전망…외인·기관도 '사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반도체는 전장 대비 2500원(1.32%) 오른 19만15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한때 19만6200원까지 치솟으면서 또 한 차례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전날에도 한미반도체는 1만5100원(8.68%) 상승한 18만9000원을 기록했다. 미국 반도체주의 강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 안팎으로 급등하자, 이들 기업 대비 엉덩이가 가벼운 한미반도체는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전날 코스피지수의 상승분(26.7포인트)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등 세 종목이 약 91%(24.2포인트)를 차지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도 늘었다. 한미반도체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8조331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9위로 올라섰다. 국내 모든 상장종목 중 기업 덩치가 19번째로 많다는 의미다. 20위는 하나금융지주(17조4245억원)다. 삼성생명(16조5600억원)과 LG전자(16조1520억원) 등도 제쳤다. 이제 한미반도체는 카카오(19조3542억원)의 뒤를 맹렬히 쫓고 있다. 시총 격차가 불과 1조원 수준이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 들어 전일까지 207% 폭등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6조원에도 못 미쳤던 시총이 세 배 이상 뛴 것이다. 최근 주요 반도체주의 신고가 행진은 미국 엔비디아의 수혜를 보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차세대 인공지능용 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 들어 약 162% 폭등하는 사이 국내 엔비디아 밸류체인 기업들도 신고가 랠리를 펼쳤다.한미반도체의 고객사인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HBM 시장 내 독점적인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로부터 1500억원 규모 '듀얼 TC본더 그리핀' 장비를 수주했다. 지난해 하반기 1012억원, 올해 1분기 1076억원에 이은 수주 쾌거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향 HBM용 듀얼 TC 본더로만 총 3587억원 규모의 수주고를 올렸다. 증권가에선 이번 수주로 한미반도체가 내년 매출 1조원은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긍정적인 전망에 수급도 몰리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은 한미반도체 주식을 올 들어서만 각각 1728억원, 158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은 이익 실현을 위해 3228억원어치 팔아치웠다.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한미반도체 주가에 대해서도 낙관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증권사 5곳(KB·다올·유진·DS·상상인)이 한미반도체를 정기 커버리지(담당) 종목으로 편입했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어느 기업이 향후 성장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 커버리지 개시 리포트를 낸다. 때문에 커버리지 개시 혹은 중단 자체가 호재와 악재로 읽히기도 한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중심의 연합 체제가 강화될수록 한미반도체 HBM용 듀얼 TC 본더의 글로벌 독식도 이어질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장비업체로 수식어가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주요 기업들의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는 만큼 관련 업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