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교수들도 "환자에 고통 못 줘"…확산하는 휴진 불참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18일 휴진 불참
임현택 의협 회장은 불참 의사에 맹비난
사진=연합뉴스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아동병원협회 소속 병원도 휴진에 불참하기로 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동참하지 않는 병원에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14일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져 약물 투여를 중단해선 안 된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협의체는 대학병원들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됐다.협의체는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 높아진다"고 밝혔다.

의협의 집단행동에 대해 협의체는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하며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사진=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페이스북 캡처
앞서 의협은 18일 전면 휴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집단 휴진 불참 방침을 밝히는 의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분만병의원협회는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의협의 총궐기대회는 참여하되 중증·응급수술 및 중환자 통증 관리 등은 유지하기로 했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 수술엔 마취과 의사가 꼭 참여해야 한다.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도 전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협의 휴진 투쟁에 공감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있다 보니 환자를 두고 떠나기는 어렵다"며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아동병원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하루만 안 봐도 위험한 중증 환자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진료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 나오자 임 회장은 대한아동병원협회를 비난했다. 임 회장은 페이스북에 최 회장의 인터뷰가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죠"라고 꼬집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