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국민연금 '국가지급 약속' 법제화, 문제점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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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이 장기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개혁 과제로 내세웠으나 국회에서 정부, 다시 국회로 개혁 주체가 옮겨갔다. 많은 국민의 노후 생활이 걸린 이 연금의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미리 준비해두자는 게 정상화의 골자다. 대체적 의견은 지금까지보다 연금 요율(보험 납부료)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 내고 더 받기’라며 더 내는 것과 함께 더 받는 것도 개선안에 포함하자는 목소리가 대두하면서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2050년대에는 기금이 고갈한다는 문제에서 개혁 논의를 시작했지만, 더 받기(소득대체율 올리기)도 은근히 당연시되면서 얼마나 더 낼지조차 결정을 못 하게 됐다. 그 바람에 법으로 국가 지급을 명문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비판도 만만찮은 국가 지급 약속 법제화, 문제점은 무엇인가.
기업 등 사용자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보험료를 납입해왔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래 어떤 정부도 국민연금의 기금이 모자라 연금 지급을 하지 못할 경우를 상정했거나 그런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예상 수령액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왔다. 이 점은 좌파든 우파든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합법 정부였기에 ‘정부의 연속성’ 차원에서 지급보증과도 같은 이 무언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이 시점에서 만약 정부가 지급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청년들과 미래세대는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으로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설령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세금이다. 결국 세금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니 미래세대 부담은 이래저래 똑같다. 더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도 많다.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국가지급보장법에 앞서 수십 년 제도를 엉터리로 관리해온 역대 정부와 개혁을 외면해온 현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부터 할 일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 2150만 가입자의 노후 달린 기금, 정부가 가입 의무화…'약속' 지켜야
국민연금은 이름 그대로 다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자금이다. 많은 국민이 법으로 가입을 강제화한 이 연금 수령을 바라며 노후를 대비한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대다수 직장인이 강제로 가입해왔다. 정부는 소규모 자영업자에게까지 문을 열어 이 사회적 공적부조 시스템에 가입시켰다. 가입자 개인이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내면 기업 등 사용자가 나머지 절반을 내는 것도 법에 정해져 있다. 노후 빈곤율이 세계 1위인 한국에서 국민연금은 더없이 중요하다.실제로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며 가입 확대 정책을 펴왔다. 국민연금공단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나서 가입하기만 하면 어떤 경우에도 나중에 연금을 받는 것처럼 홍보해왔다. 마치 은행에 정기적금을 들어 만기가 되면 이자까지 모두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광고를 해왔다. 가입자인 다수 국민 누구도 이 연금의 기금이 거덜 나 자신이 연금 수령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2150만 명(2024년 상반기)이 넘는 가입자는 요건이 되면 무조건 가입시키는 법과 “노후를 책임져준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평생 급여의 일부를 떼어 납부해왔다.기업 등 사용자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보험료를 납입해왔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래 어떤 정부도 국민연금의 기금이 모자라 연금 지급을 하지 못할 경우를 상정했거나 그런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예상 수령액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왔다. 이 점은 좌파든 우파든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합법 정부였기에 ‘정부의 연속성’ 차원에서 지급보증과도 같은 이 무언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이 시점에서 만약 정부가 지급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청년들과 미래세대는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으로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반대] 지급 보장은 개혁 하지 말자는 논리…세금 동원은 '조삼모사', 형평성 문제도
국민연금 고갈 예상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졌다. 급격한 고령화, 즉 수명은 급속도로 연장되는 데다 출산은 급감해 이보다 고갈이 더 당겨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입자 연령이 낮아질수록 고갈 공포는 클 수밖에 없다. 월급의 9%(4.5%는 사용자 부담)를 강제로 내는데 본인은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젊은 층의 불신과 불만이 크지만, 정부가 세금에서 이를 직접 메꿔줄 수는 없다.국민연금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부조 시스템이다. 세대 간 부조 제도일 뿐 누구도 지급을 보장할 수는 없다. 정부가 개혁 혹은 개선에 나선다는 것은 이 공적부조제도가 지속 가능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즉 가입자가 낼 돈(보험료)을 기금 여건과 시대적 경제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그에 맞춰 당장의 수급자와 훗날의 수령자가 적절한 금액으로 받도록 제도 운용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에 대해 정부가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하도록 법에 명시된 게 그렇다. 2050년대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계속 가동되게 하려면 지금 더 내는 것부터 확실히 하고, 덜 받기나 최소한 늦춰서 받도록 해서 기금을 확충해야 한다. 문제는 더 내는 것은 가입자 모두가 싫어하고 덜 받기는 더욱 싫다고 하니 정부가 그런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정부가 책무는 기피한 채 국가지급보증이라는 아주 쉽고 편한 길로 가도록 국회가 그렇게 몰아세우는 게 지금 상황이다. 한마디로 힘들다고 개혁하지 말자는 논리다.설령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세금이다. 결국 세금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니 미래세대 부담은 이래저래 똑같다. 더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도 많다.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국가지급보장법에 앞서 수십 년 제도를 엉터리로 관리해온 역대 정부와 개혁을 외면해온 현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부터 할 일이다.
√ 생각하기 - 보험료 절반 내는 기업, 논의 소외…미래세대 부담 덜기가 핵심
문재인 정부 때는 가입자의 부담 증가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라며 연금개혁을 회피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줄곧 ‘3대 개혁 과제’라고 외쳐왔으면서도 결국 국회가 할 일이라고 미루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에서 국가지급 명문화 주장이 나왔다. ‘보험료 더 내기’라는 모두가 힘든 고통을 회피하자는 얘기일 수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학생·청년 등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말자는 게 핵심인데, 세금을 동원해 문제를 풀겠다면 조삼모사 결정이다. 국민연금의 절반은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데도 기업의 입장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도 문제다. 법으로 무조건 강제화한다고 기업이 언제까지 무조건 따른다는 보장이 없다. 투표권이 없다고 학생 세대에게 미래의 짐을 떠넘기는 것은 더욱 당당하지 못하다. 정부도 국회도 힘들다는 이유로 정공법을 회피하려 든다.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